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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Oct 17. 2022

뭣이 중헌디?

내게 중요한 것을 지키는 일하는 엄마의 세 가지 Rule

과로하며 육아하다 가슴 통증으로 심장초음파까지 한 이후로 나는 나에게 자주 묻는다. '뭣이 중헌디?' 지금 현재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일상 속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은 정말 금방 자란다. 10년만 지나면 아이들이 사춘기 청소년이 될 텐데, 지금은 엄마 아빠를 찾는 아이들이 그 무렵에는 쌩 하고 방문을 닫을 것을 생각하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우리 부부에게 아이들과 끈끈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채 10년도 남지 않은 것이다! 회사에 다니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나는 몇 가지 룰을 정했다.



Rule1. 집중근무 후 정시퇴근

가족들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정시퇴근의 원칙만은 꼭 지키려 한다. 물론 업무 진행 상 어려울 때도 있다. 일이 많을 것 같은 날은 점심시간에도 일하면서 최대한 퇴근시간만은 사수한다. 많이 바쁜 날은 정시에 퇴근해서 아이들을 재운 후에, 다시 PC를 켜서 밤늦게 일을 다시 시작하는 날도 있다. 집에 갔다가 밤늦게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 팀에서도 다행히 이해해주고 있다. 업무 진행에 지장 없게끔 완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정시퇴근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이유는 퇴근 후 아이들과 노는 시간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면, 아이들은 엄마의 귀가에 신나서 날뛴다. 하루에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부터 아이들이 잠들기까지 약 3시간 정도다. (아침 등원을 함께 하긴 하지만, 허겁지겁 부랴부랴 가느라 아침에는 나도 아이들도 정신이 없다.) 이 3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할애하고자 한다.



Rule2. 종종 눈 딱 감고, 귀도 닫자

아이 둘을 두고 복직한 지 3개월도 안 되어서 깨달았다. 일하는 엄마는 늘 종종대지만 집에도 회사에도 자꾸 미안해지는 입장이라는 것을. 그것은 곧 가정과 회사에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그건 내가 못나서도 아니고, 그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직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애엄마라 저래.'라는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더욱 무리해서 일을 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무리해서 일한다 해도 미혼인 직원이나 외벌이 가장들만큼 회사에 헌신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연차를 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고, 회식 등의 사적인 모임에도 그들만큼 자주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이제는 '애엄마라 저래.'라는 말을 혹여 듣게 되더라도 눈 감고 귀 닫고 무시할 수 있다. 보통 '애엄마라 저래.'라고 하는 사람들은 애엄마 안 해 본 사람일 확률이 높다. 하루는 옆 팀의 사원 S에게 업무상 물어볼 것이 있어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난 보고야 말았다. 그녀가 동기에게 보낸 메신저 창을. "나도 애 핑계로 야근 안 하고 싶다."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남들의 눈총을 감내하는 길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내가 퇴근 후 밤늦게 PC를 켜서 다시 일한다는 사실을. 모두 점심 먹으러 나간 불 꺼진 사무실에서 홀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원S는 아직 미혼이어서 결혼생활과 육아를 겪어보지 않았으니 아이 엄마들이 왜 야근을 지양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녀도 나중에 애 둘 정도 낳고 일해보면 그녀가 슈퍼우먼이 아닌 이상 나와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직장에서 사람들은 원래 별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한다. 아무 말은 아무렇게나 흘려보내야 한다.



Rule3. 운동으로 체력관리

Rule1과 Rule2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면, Rule3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20개월 터울 아들 둘을 키우면서 체력이 좋아야 이 아이들의 텐션을 맞추며 즐겁게 놀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가끔 일에 지쳐 체력이 떨어지거나, 몸이 아플 때에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즐겁기보다는 노동으로 느껴졌다. 지친 몸이 마음까지 지배하는 것이다. 몸 컨디션이 좋을 때 아이들과 노는 것을 진정 즐길 수 있다.

나는 나름 꾸준한 운동러였다. 대학생 때는 수영을 오래 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수영과 요가를 꾸준히 했다. 아이를 낳고는 아이를 놓고 체육시설에 갈 수가 없으니, 아이가 잠든 사이에 유튜브를 보며 꾸준히 요가했다. 22년 4월부터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며 집 앞에 있는 수영장이 재오픈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들이 깨기 전 시간을 활용해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다. 오래도록 즐겨하던 수영을 몇 년 만에 다시 하니 참 좋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도 내 삶을 찾아가나 봐. 수영하러 수영장에도 다니고." 정말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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