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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Oct 23. 2022

너에게 담긴 나의 모습

황금비율의 유전자믹스

종종 아이에게서 나의 모습을 불현듯 발견할 때면 깜짝 놀란다. 대학생 시절 과제 제출을 위해 읽었던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유전자를 나르는 전달체이고, 아이를 낳는 것은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는 행위이다. 아이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놀라는 것은 나에게서 아이에게 전달된 내 유전자의 존재감을 여과없이 직면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종종 남편에게 우스갯 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첫째는 하드웨어도 나고, 소프트웨어도 나야. 둘째는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당신이야." 우리집 첫째는 외모도, 성격도 나를 많이 닮았고, 둘째는 외모도, 성격도 남편을 많이 닮았다.

첫째의 웃을 때 휘어지는 눈, 얇은 윗입술, 얇고 갈색빛 나는 머리칼.

둘째의 오똑 솟은 코, 두툼하게 소복히 쌓인 눈두덩이, 볼에 닿으면 따가운 두꺼운 검은 머리칼.

첫째의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빨빨거리는 모습, 폭주기관차(?) 같은 급한 성격, 무엇이든 궁금해하는 왕성한 호기심.

둘째의 한 곳에서 진득하게 노는 무거운 엉덩이, 하나에 꽂히면 발현되는 황소고집, 대체로 순응하는 유순한 성격.



남편을 많이 닮은 둘째에게서 나의 모습을, 나를 많이 닮은 첫째에게서 남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집의 매력덩어리 두 아이들 보며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나와 남편의 유전자를 황금 비율로 섞은 것임이 분명하다고. 절묘한 유전자 믹스로 나타난 아이들의 모습이 내게는 그저 더할나위 없이 아주 충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이 비율에서 살짝만 틀어졌어도 첫째는 지금의 첫째가 아니었을 것이고, 둘째도 지금의 둘째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얼마나 완벽한 유전자믹스인가.



중학생 때였던가, 고등학생 때였던가 도덕 교과서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개념을 접한 적이 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문구는 내게 그저 활자였다. 그 활자가 살아 숨쉬는 '진짜'로 느껴진 것은 아이를 낳은 이후였다. 모든 사람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의 유전자를 절묘한 황금비율로 물려받아 고유의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그 존재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 좋은 외모와 좋은 성격은 없고, 나쁜 외모와 나쁜 성격도 없다. 그저 그 자체로 충분하다.



부부싸움에 자주 등장하는 말. "당신 닮아서 그래!"는 뼈 때리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신 닮아서 이렇게 사랑스러워."는 더욱 맞는 말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이러하다. "당신이랑 나를 둘 다 닮아서 이렇게 사랑스러워." 우리를 닮은 너희들에게 담뿍 사랑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잠든 너희의 모습에서 얼핏 스치는 남편의 모습에 피식 웃음지을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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