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오늘은 오케스트라 수업을 하는 날이다. 오케스트라 수업을 하는 날이면 유독 다른 시간보다 더 긴장이 된다. 악기가 전부 고가 인데다가 한번 고장 나면 수리비가 제법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주를 거른 탓인지 오늘은 수업을 시작하고 한참이나 지났지만 아이들은 아직 악기 조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 마트에 좀 다녀올게요."
마트에 다녀올 일이 있어 잠깐 밖에 나갔다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벌어졌다. 음악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말고 한 아이의 첼로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두영(가명)이와 아영(가명)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또 첼로를 망가트렸어요."
"네? 어디."
가까이 가서 보니 첼로의 몸통 부분이 위에서 아래로 좌아악 금이 가 있었다. 지난번에도 한 녀석이 첼로를 망가트려서 수리하는데 7만원 넘게 들었다. 상태를 보니 이번엔 아예 수리가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착 가라 앉았다. 저 밑바닥에서 밀려오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물었다. 두 녀석은 말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니까?"
"두영이가 제거 툭툭 건드리다가 바닥으로 떨어트렸어요."
아영이는 자기 잘 못이 아니라는듯 두영이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아영이 말이 맞아?"
"......."
"맞아? 아니야?"
"저는 그냥 잠깐 만지기만 했는데 지 혼자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나는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화를 결국 터뜨리고야 말았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그렇지 않아도 오케스트라 수업 하는 날이면 악기를 한 두개씩은 망가뜨려서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었다. 오케스트라 수업 시작 전 매번 주의를 주었지만 이 녀석들은 악기를 너무 함부로 다뤘다. 이참에 단단히 주의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지금은 연습하고 나중에 얘기 해."
그렇게 수업은 끝났고 종례 시간을 통해서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두영이와 아영이를 따로 불렀다. 망가진 오케스트라를 가리키며 어떻게 할 건지를 물었다.
"이거 수리비 7만원도 넘게 들어. 어떻게 할 거야?"
둘은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이거 고장 난 채로 쓰면 안돼요?"
아영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망가트린 것은 두영이었으니 사실 아영이에게는 직접적인 잘못은 없었다. 하지만 관리를 못한 부분 또한 그냥 넘어 갈 수는 없었다.
"뭐? 이걸 그냥 쓰자고."
"네. 소리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걸 말이라고 해? 이걸 어떻게 수리도 안하고 쓸 생각을 해. 두 달 후면 문화제 할 텐데 그때도 망가진 채로 무대 들고 올라갈래?"
"......."
"선생님도 너희들 교육 제대로 못한 것도 있으니까. 셋이서 같이 책임지는 거야 어때?"
".......“
그렇게 우리 셋은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다.
"말해 봐, 부서진 이 첼로 어떻게 할 거야?"
"제가 이만 원 가져올게요."
마침내 두영이가 고개를 들더니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영이는 입을 굳게 앙다문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두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아영이는 어떻게 할 거야?“
묵묵부답이다.
"근데요. 솔직히 이건 제가 잘못한건 아니잖아요. 제가 첼로를 망가트린 것도 아니고 두영이가 제 자리에 와서 장난치다 건드려서 망가트린 건데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해요?"
아영이는 정말로 억울한지 볼 사이로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흘려댔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정말 억울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흘릴 수 없는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말을 한 거지 수리비를 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너무 심했나? 손으로 볼 사이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아영이에게 화장지를 떼서 건네주었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끝날줄 몰랐다. 다음부터는 악기를 소중하게 다루겠다는 다짐을 받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퇴근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아영이의 눈물이 자꾸 어른 거렸다. 악기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얼마나 많이 나온다고 아이들을 그렇게 혼냈을까? 오늘은 금요일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싶은데 요즘은 금요일만 되면 늘 마음속에 짐이 되는 일들이 한 두가지씩은 생겼다.
2009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