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혼자 살줄 알았어
들어가며
우물쭈물 하다보니 지금껏 혼자 살고 있다. 스무 살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줄곧 혼자 살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독립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 때문인지 어른이 되어도 혼자서 살 운명이라는 예감을 했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기숙사에서 형들과 단체 생활을 했고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원룸에서 지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시기를 제외하면 삼십 년 가까이 혼자만의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삶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나는 간섭 없는 자유에 대한 부러움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외로움이다. 혼자 사는 이들을 향한 두 시선은 어쩌면 당연하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다인 가구도 있고 1인가구도 있다. 혼자만의 삶은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뭘까? 무엇보다도 나만을 위한 시간이 매일매일 주어지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던, 타인의 눈높이나 기대에 맞출 필요가 없다. 내 삶의 방식으로 하루, 한 달, 일 년을 계획할 수 있다. 매일 이불을 개지 않아도 되고 설거지나 청소를 며칠씩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물론 그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혼자 산다는 건 편하고 자유롭지만, 불편하고 불리한 점도 많다. 우선 경제적 부담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주거비, 관리비 등 두 명이 나눌 것을 혼자 부담해야 하고, 병원에 갈 때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주택 청약이나 주거 수당 등 사회 정책이나 제도는 여전히 4인 가족이 기준이고, 최소 2인 가구는 되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인가구를 위한 제도는 늘 ‘해당 사항 없음’으로 분류된다.
두 번째로 사람들의 은근한 차별과 편견이다. ‘저 사람은 생긴 건 멀쩡한데 왜 혼자 살까?’,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하는, 알게 모르게 차별적인 시선을 느낀다. 누군가 곁에 있어야만 온전한 삶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쉽다. 하지만 1인가구가 늘수록 그런 시선은 줄어들고, 혼자인 삶도 충분히 온전하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세 번째 외로움이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 불이 꺼져 있을 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 때가 있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면, 세상과 잘 지내다가도 문득 나만 혼자인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마음이 허전하다.
네 번째 가장 염려가 되는 점은, 역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건강과 노후에 대한 불안이다. 내 몸이 지금 같지 않을 때, 병원에 혼자 갈 수 없게 될 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의 삶에서 누리는 자유는 여러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절대적인 가치다. 혼자만의 삶이 주는 자유는 타인과 얽히면서 드는 정서나 물리적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시간과 공간, 감정과 욕망, 사소한 취향 하나까지도 온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커튼을 열지 닫을지, 식사를 거를지 말지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휘둘리지 않으며,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외로움을 넘어서, 나답게 살아간다는 해방감과 자기 결정의 만족감을 준다.
한그루의 나무그늘 같은 삶에서,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자유를 소망한다. 혼자 산다는 건 완전한 자유이면서 완전한 책임이다. 자유를 누리려면 외로움이나 쓸쓸함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자유가 주는 편안함을 즐기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디고 극복하며 하루하루 괜찮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