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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Oct 04. 2022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시

내가 믿는 신, 그리고 그 신이 나에게 보내주신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


사랑을 쓰기 위해 노력하지만

쓰기만 했던 나의 사랑이 기억나

종이를 덮은 검은 활자들의 춤이

또 다시 지워진다


가슴이 뛰던 날들을 생각해보고

미소를 띤 그를 상상해보지만

단어와 단어를 띄운 공백은

그와 나 사이의 거리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멋진 시인의 편지를 읽어도 보지만

그가 일군 사랑의 모습은

내가 잃은 그 사랑과 다르기에

우리가 이루고 싶은 사랑은 무엇일까

또 다시 침묵에 이른다


그래도 만약

그와 함께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면서

이 편지를 받은 그가 입가에 미소를 그리기를

기대하는 지금 내 모습마저 그가 보고 있다면

그도 나와 보낸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는 내 뒷모습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는

먼 훗날 그 그림을 함께 볼 날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우스운 상상을 하며

그런 행복한 순간을 바라며

또 다시 검은 활자들의 춤을 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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