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신, 그리고 그 신이 나에게 보내주신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쓰기 위해 노력하지만
쓰기만 했던 나의 사랑이 기억나
종이를 덮은 검은 활자들의 춤이
또 다시 지워진다
가슴이 뛰던 날들을 생각해보고
미소를 띤 그를 상상해보지만
단어와 단어를 띄운 공백은
그와 나 사이의 거리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멋진 시인의 편지를 읽어도 보지만
그가 일군 사랑의 모습은
내가 잃은 그 사랑과 다르기에
우리가 이루고 싶은 사랑은 무엇일까
또 다시 침묵에 이른다
그래도 만약
그와 함께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면서
이 편지를 받은 그가 입가에 미소를 그리기를
기대하는 지금 내 모습마저 그가 보고 있다면
그도 나와 보낸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는 내 뒷모습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는
먼 훗날 그 그림을 함께 볼 날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우스운 상상을 하며
그런 행복한 순간을 바라며
또 다시 검은 활자들의 춤을 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