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2일(맑음)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를 수식하는 용어가 ‘보통사람’이다. 한국에서는 '물태우'라 불리며 별 인기가 없었던 노태우 대통령이 선점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외면 받던 용어다.
우민은 지금도 노대통령 당선 직후 KBS에서 갑작스럽게 방영했던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영화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을 기억한다. 그 불순한 의도와 달리 영화는 보통사람들이 겪을 법한 상실과 갈증을 다른 수작이었다. 특히 주제곡으로 쓰인 파헬벨의 ‘카논’은 우민이 요즘도 자주 흥얼거리는 곡이다.
민주제도 하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덕목 중 하나가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섹시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가 포퓰리즘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평범함의 비범함’을 귀히 여기는 유권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우민은 굳게 믿고 있다.
올해 60세인 티머시 제임스 월즈(왈츠가 아니라 월즈로 발음)는 네브라스크주의 시골 마을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와 동명이향)에서 태어났다. 6‧24전쟁 참전용사로 군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의 아버지는 월즈가 약관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폐암으로 숨졌다. 월즈는 그런 아버지의 선례를 따라 고교 졸업 후 주방위군으로 복무하며 장학금으로 텍사스주, 아칸소주를 떠돌다 네브라스카주 샤드론주립대를 졸업했다.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고등학교 지리교사와 풋볼코치를 거쳐 하원에 입성했고 6선 의원을 거쳐 주지사의 자리까지 올랐다.
이러한 월즈의 경력에서 우민은 두 가지를 읽어냈다. 첫째는 그가 평범한 보통사람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둘째는 2004년 정치권에 입문한 뒤 20년에 걸쳐 차근차근 명예로운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왕조시대 사고에 젖어 나랏일 하는 사람을 대단한 분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민이 '영웅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공화파'를 지지하는 우민의 생각은 반대다. 민주공화국에서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평범한 우리들 중의 한 명’이어야 한다. 무탈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보통사람이기에 오히려 존경받기 충분한 사람이어야 한다.
평범하지만 존경받는 선출직 공직자의 또 다른 중요 덕목은 깜짝 스타여선 안 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권 밖에서 수혈돼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정계의 스타로 떠오른 사람들 중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만 보여주다 몰락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정치를 하려면 정치의 생래를 잘 알아야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권 밖에서 성공과 명성에 취해 독선적 길을 걷다보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고대 로마공화정에선 일정기간 군복무 후 ‘명예의 사다리’로 불린 몇 단계의 공직을 거쳐야 비로소 최고 공직인 집정관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주어졌다. 아무리 뛰어난 인사라도 정치 입문 뒤 제대로 된 정치를 배우기 위해선 최소 10년 이상의 수업과 경력을 쌓는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대한민국의 국민 또한 인정할 때가 됐다.
현재 한국정치권에서 월즈와 같은 인물이 있을까. 우민의 눈에는 유력 대선주자라는 인물 중에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좌절은 금물. 잘 찾아보면 월즈와 같은 ‘평범함을 비범하게 간직한 보통사람’이 분명 우리들 속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을 빛나게 해줄 모래밭 속의 황금 같은 존재라고 우민은 굳게 믿기 때문이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