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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Feb 23. 2022

이런 손님은 주인장을 힘들게 해요

3월 5일

앞에서 소개한 물건 훔치는 아이들이 주인 입장에서 제일 만나기 싫은 힘든 손님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힘들게 하는 손님들도 있다.


불량 학생들


어느 학교나 불량학생들이 존재한다.

그래도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심하게 불량할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아이들이 어디에나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주로 5, 6학년 고학년들이고, 이 아이들은 여러 명이 몰려다니면서 자기들끼리 야한 농담하고, 킬킬거리고, 입에 욕을 달고 산다.


뭐라고 훈계라도 하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수밖에는 없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들도 다 알고 있고, 학교에서도 유명하다.


고작 12, 13세의 그 어린 나이에 저 아이들은 커서 어찌 될까 하는 애들이 정말 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건 파손하는 손님


요즘 나오는 아이들의 샤프나 펜들은 정밀 블링블링하다. 샤프에 앙증맞은 보들보들한 털 송이나, 우주가 들어가 있는 방울이 달려 있기도 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달려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떼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샤프 꼭지는 쓸 데도 없을 텐데 왜 빼놓는지, 혹시 샤프를 보려고 빼다가 빠졌으면 그 근처 어디라도 두면 좋을 텐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결국 그 샤프는 판매 불가 물품이 되고 만다.


공깃돌 케이스를 없애 거나, 손으로 포장 비닐에 구멍을 내놓거나, 아니면 멀쩡한 물건을 사 가서 망가뜨리고 환불이나 교환을 원하는 아이들도 있다.


한참 유행하던 말랑이는 정말 파손율이 높은 물품 중 하나이다.

오는 아이들마다 오자마자 사정없이 움켜쥐고 눌러댄다. 그러니 어찌 망가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돈의 개념이 안 잡힌 손님


500원 들고 와서 꼭 비싼 물건만 가져오는 아직 돈을 모르는 꼬마 손님들도 주인을 힘들게 한다.

요즘 저학년 중에서 이런 손님들이 제법 많다.


물건을 살 때 대부분 부모님들이 사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가 가진 돈으로 어떤 걸 살지 모르기에 그런 것 같다.


고학년이 되어도 본인이 직접 용돈을 사용하지 않고, 부모님들이 계산해 주는 경우도 제법 많고, 카드를 사용하는 아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전 세계 부의 30%를 거머쥐고 있다는 유대인들은, 아이가 서너 살만 되어도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고 그 대가로 동전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돈을 버는 것만큼 잘 쓰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돈을 아끼라고 하지 않는 대신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용돈 교육을 하고, 직접 물건을 사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경제에 대해 알아야 나중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결정 장애 손님


"이거 재미있을까요?"

"어떤 거 사는 게 더 좋을까요? 핑크색이 예뻐요? 보라색이 예뻐요?"

어떤 거 살지 결정하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손님. 아이들이 스스로 나 결정 장애야 이러면서 웃는다.


아예 대놓고 나한테 골라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심지어 "이거 살까요? 말까요?" 하고 물어보는 아이들까지....


요즘 결정 장애 아이들이 많이 늘어난 거 같은 건 내 기분 탓일까?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kvrkchowdari, 출처 Pixabay


제자리에 두지 않고 엉뚱한 곳에 물건을 두는 손님


저녁때 마감하기 전 문구점을 한 바퀴 빙 돌면서 흩어진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연필 코너에 과자가 있기도 하고, 스티커 뒤쪽에 터치볼펜이 보이지도 않게 끼여 있기도 하다.


아마 사려고 들고 왔다가 마음이 변해서 대충 아무 곳에 놔두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 가져가지 않은 게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감춰져 있는 보물 찾기를 매일 하고 있다.




이런 힘든 손님들만 있는 건 아니기에 그래도 매일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라고 표현했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진상 손님들 축에 끼지도 못하는 손님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리 잃은 보물을 여기 있다며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고, 학원 선생님한테 받은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건네주는 아이들도 있다. 아니 그런 착하고, 따스한 아이들이 훨씬 많다.


© abeermuteb, 출처 Pixabay


백 원짜리 하나를 천 원으로 바꿔달라는 황당한 아이도 있고, 가끔 나한테 뜬금없이 돈을 달라는 아이도 있고, 은행 놀이 플라스틱 돈을 들고 와서 당당하게 계산하는 꼬맹이 손님도 있다.


이런 손님들을 만나면 오히려 그 계산 안된 순수함에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아이들의 밝은 기운을 매일 받고 살기에 이렇게 오랜 세월 문구점을 지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지쳐 보이면 "어디 아프세요?, 힘들어요?" 이렇게 물어보는 아이들.....


언제까지 문구점 아줌마로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문구점 아줌마로 있는 동안에는 아이들과 반갑게 웃을 수 있는 주인장이 되고 싶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은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우니 말이다.



<블로그 댓글 중>


플라스틱 돈을 들고 갔을 그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은데 어쩌죠~ㅎㅎ

어릴 때부터 경제 개념을 심어주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은 불량(?)아이들보단 꽃같은 아이들이 더 많아서 다행이에요~^^

ㅎㅎ꼬맹이 진상 손님들도 꽤 있군요.

- 파손되는 거, 속상하시겠어요. 아까워라...;;;

그리고, 정말 예상 외로 손이 많이 가는군요...!!!

정말 몰랐어요~^^;;;

감성토끼님 덕분에 문구점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또 알아가네요~*

으라차차~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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