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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 꽃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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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끼
Jul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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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산세베리아 화분 다섯 개가 있다.
보기 좋고 풍성한 산세베리아가 아니라 길게 웃자라고 연약한 그런 산세베리아이다.
이 산세베리아가 언제 우리 집에 온 건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신혼 즈음이었는지, 아니면 처음 아파트를 장만했을 때였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십 수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른 건 분명하다.
친정엄마가 화분 몇 개를 선물로 주고 가셨는데 운 좋게 살아남아 있는 녀석이 바로 이 산세베리아이다.
어떤 식물도 풍성하게 키워내 꽃을 피우는 금손 엄마와 달리 나는 식물에 관한 한 똥손이다.
그동안 많은 식물들을 떠나보내고, 정말 기특하게도 한 개의 화분이었던 이 산세베리아만 끈질기게 살아남아 다섯 개로 늘어난 것이다.
얼핏 들으면 내가 산세베리아를 잘 보살펴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이사 전에 분갈이를 한답시고 화분을 나누어 담아 늘어난 것이다. 그중 한두 개의 화분은 시들시들하다. 말라 버린 잎을 손질하고 화분수를 줄여야 할 텐데, 올해는 더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두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중 제일 볼품없는 플라스틱 화분에 담겨있던 산세베리아에서 꽃자루가 올라온 것을 집에 오랜만에 들른 딸아이가 발견을 했다.
며칠 전 물 줄 때도 없었는데, 언제 피었는지 너무 신기했다.
식물을 키워 꽃을 보는 기적을 만나다니!!!!
산세베리아에서도 꽃이 피는구나!!!!
산세베리아꽃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꽃말은 '관용'
올 한 해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의미일까?
은은한 향이 나는 산세베리아 꽃.
꽃 밑에 물방울처럼 맺힌 건 꿀일까? 궁금해서 살짝 맛을 봤더니 달달한 걸 보니 꿀이 맞는가 보다.
똥손에 식물킬러인 나에게서 살아남은 산세베리아 너란 녀석.
생각해 보니 이 산세베리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나의 무관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많은 식물들을 과습으로 보냈다.
산세베리아는 한 달 동안 물을 안 줘도 살아남았다.
적당히 무관심하게 있다가 생각날 때쯤 한 번씩 흠뻑 물을 주곤 했었다.
몇십 년 만에 나를 찾아온 산세베리아 꽃을 보며 나는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너무 심한 관심과 간섭은 식물에게도 사람에게도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하고 참 마음이 아팠다.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꿈이었던 한 선생님은 반 학생에게 맞아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었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 아이들.... 어른을 막대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어쩌면 아이들은 죄가 없다.
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운 부모들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자신만의 색깔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힘은 과보호가 아니다.
과보호는 나무를 과습으로 죽게 하듯,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간섭을 적당히
조절할 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깨달음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꽃이 핀다는 거였다.
비록 지금까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언제라도 꽃은 피어난다.
모소 대나무처럼, 10년이 넘어 꽃이 핀 이 산세베리아처럼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당장은 아무 일이 일어나는 것 같지 않고,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순간 임계점을 돌파하고 뜻이 이루어진다는 걸 바로 산세베리아꽃이 보여주는 것만 같다.
절제된 무관심과 끈기의 소중함을 그리고 결국 피어난다는 희망을 산세베리아 꽃에서 발견했다.
자연은 늘 우리 인간을 배움의 길로 인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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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끼
책읽고, 꿈꾸고, 그 꿈을 쓰는 초등학교앞 문구점 아줌마입니다. 현재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주1회 주간에세이 & 엽편소설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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