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문구점?

9월 24일

by 감성토끼


남편은 음악 듣는 걸 너무너무 좋아한다.

시누이가 성악을 전공했고, 남편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다.

그래서 처음 문구점을 시작했을 때 남편이 제일 먼저 한 일은 CD 플레이어가 장착된 라디오를 사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라디오는 오랜 세월 우리 문구점과 함께 해 왔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음악이 묻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머지 조용한 시간은 CD나 라디오에서 항상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의 원대로 늘 음악이 흐르는 문구점이 되었다.


반면, 나는 피아노는커녕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는 편이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도 않거니와, 심지어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다.

그래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좀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책을 읽고 문학을 이해하듯, 음악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을 표현하고 있는 예술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문학, 음악, 미술 이런 예술을 알아야 인생이 풍성해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듣는 귀는 없었지만, 클래식을 듣기 위해 노력을 했다. 공연도 보러 다녔었다.

하지만 역시 어려웠다. 유명한 곡의 어떤 부분은 쉽게 다가왔지만, 대부분의 중간 부분은 사실 듣다 보면 지루하기만 했다.


임신을 했을 때,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아이만큼은 음악을 잘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싶어 태교 음반으로 나온 클래식 CD를 사서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었다.

태교 음반에 나오는 클래식들은 비교적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무겁지 않은 유명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어 클래식에 조예가 없는 나도 들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다행히 딸은 절대 음감을 지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자랐고, 음악을 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귀가 예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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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음악을 듣는다. 듣는다기보다는 느낀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런데, 딸은 음악을 세심하게 듣는다는 걸 알았다.

노래를 들으면 멜로디 진행, 악기 구성, 편곡 진행, 악기 보이싱, 노래 표현 등이 자동으로 들린다고 하니,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는 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딸은 메니에르 증후군을 앓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피로하면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늘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관리를 하고 있기에 사실 이번 히든싱어 출연할 때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평소에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해야 하고, 술은 물론 커피도 먹지 못하는 이유가 그래서이다.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귀가 먹먹해지고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이명이다. 이 증상 중 어떤 게 나타나도 세밀하게 음악을 들어야 하는 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심해지면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모든 사물이 빙글빙글 돌기에 안정을 취하고 누워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 메니에르 증후군은 그래서 평소 조심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딸의 음악적 재능은 시가 쪽을 닮은 것 같다.

남편은 늘 음악을 듣는다.

주로 팝송이나, 대중가요를 즐겨 듣는 편이다.

가끔 클래식을 듣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집이나 가게에 비싼 음향기기를 설치할 정도의 마니아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왠지 오늘같이 하늘이 잔뜩 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날은 음악이 듣고 싶다.

항상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사람들의 말소리에 묻혀 살아서인지, 사람 목소리가 질릴 때가 있다.

그래서, 목소리가 들어가 있지 않은 클래식을 가끔 듣기도 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주는 느낌도 좋지만, 아무 목소리가 들어가 있지 않은 그야말로 악기들로만 구성된 음악이 어쩔 때는 더 듣기에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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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조용한 문구점 안에서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클래식을 감상한다.

음악을 듣고 이건 누구의 어떤 곡이고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가?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독자의 몫이듯, 음악을 듣고 어떻게 느끼는지는 청자의 몫이니 말이다.


마침 슈베르트의 <마왕>이 흘러나온다.

괴테의 시 마왕을 읽은 슈베르트가 감동을 받아 그 자리에서 단숨에 미친 듯이 쓴 곡이라고 한다.

다음에 이 곡을 들으면 나는 아마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몰라도 괜찮다.


잘 모를지라도, 음악이 주는, 음악만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분위기, 다양한 악기가 주는 선율, 그 부드러우면서 날카롭고, 서늘하면서 따스한 위로와 한없이 진중하다가 때로는 솜털 같은 경쾌함을 사랑한다.

나에게 음악은 힐링이고 여유라는 점에서 커피와 잘 어울린다.

음악은 우리 삶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상큼한 무지갯빛 향기이다.


지금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주인장의 그날 기분에 따라 클래식이 흐를 때도 있고, 아이돌의 상큼한 노래가 나올 때도 있고, 요즘은 가을 분위기 나는 노래들을 즐겨 듣는다.


하지만, 가끔 몰입이 필요할 때는 조용한 문구점이 되기도 한다.

내가 글 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고요하게 정적이 흐르는, 조용한 문구점인 시간이 많아진다.



<블로그 댓글 중>


- 아버지의 음악적 감각이 따님의 재능으로 이어졌나봐요.

메니에르 증후군이라니...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줘야겠어요.

조용한 문구점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과 커피.

장면이 그려집니다^^

- 오늘은 문구점이 음악이 흐르는 카페같은 느낌이네요...^^

음악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쉼을 주는데....

음악적 재능으로 절대음감을 소유하신 따님은 예민한 청각과 이로인한 스트레스가 메니에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네요...ㅠ

저도 예민한 성향으로 가끔 몸이 아프기도 해요..ㅠ

처음에는 불편했지만...이제는 좀 쉬라는 신호구나...내 몸이 지금 힘들구나...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무리하지 않고 쉬면서 몸을 달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건강에 더 많이 신경쓰게되고 안 좋은 것은 피하며 사니까 실보다는 득이 많더라구요^^

왜 아픈지 이유도 모르면 할수 있는게 없지만 왜 아픈지 안다면 지혜롭게 조절하며 지낼 수 있으니 감사하게 되더라구요...^^ 따님도 음악하시며 맘이 조금 더 편안해 지시면 증상도 많이 좋아지실거예요~~

- 음악을, 노래를 잘 모르면 어때요? 그저 들어서 내가좋으면 된거지요~^^ 음악이 흐르는 문구점, 상상만해도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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