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문구점을 하면서부터 나의 공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집과 가게, 그리고 손님과 가족 정도?
주말도 없이 일을 하느라 늘 한정된 공간 안에서 움직여야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매일 만나기는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한껏 소회를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둥지 잃은 새같은 존재가 바로 나였다.
언제부턴가 친구들과의 모임들도 하나 둘 없어져갔고, 연락도 뜸해져 버렸던 것 같다.
처음 문구점을 했을 때만 해도 중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몇 명이 주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었다.
주로 서울에서 모였는데, 자주 빠지다 보니 나중에는 친구들이 내가 사는 곳으로 내려와서 모임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결국은 세월이 흘러 연락이 다 끊어져 버렸다.
이사를 자주 다녀서인지 연락처를 적은 수첩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이 수첩이 오래된 지인들의 연락처가 전부 기록되어 있는 수첩이었다.
그래서 내 핸드폰에는 예전에 알던 친구들의 번호가 하나도 없다.
유일하게 연락처가 남아 있던 친구는 대학교 때 만난 친구였다. 이 친구랑은 정말 우연히 결혼 후 일산의 한 백화점 앞에서 만나,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되었고, 그 이후 가끔씩 연락을 하고는 했었다.
이 친구와도 다시 만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지난 내 삶은 온통 문구점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내가 우연히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는 것만이 유일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 창구였다.
그래서였을까?
글을 쓰면서 비로소 숨을 쉬는 기분이 느껴졌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뭔가가 마구 뿜어져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틈만 나면 이렇게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며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내가 살아 숨 쉬는 인간임을 느껴본다.
나의 외로움, 나의 서글픔, 내 상처, 내 지나온 허무함을 이렇게 글로 치유해 본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지독하게 내 위주이다.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게 내 이야기밖에 없으니까.
이 시점이 어느 정도 지나면 그때는 내 주변을 둘러보고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글을 쓸 뿐이다. 읽는 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닌,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글....
그렇게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나 자신을 만나는 글을 쓰고 또 쓸 뿐이다.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 여행을 이어나갈 뿐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무얼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인지, 싫어하는 건 어떤 것인지, 까맣게 잊고 살던 나란 존재를 찾기 위해 글을 쓴다.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던 건 아마 어릴 때부터였던 듯싶다.
내 기억 속에는 늘 책이 함께하고 있었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서도 책만 읽고 있으니 친구들이 책벌레라고 나를 놀리기도 했다. 국민학교때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고 거기서 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느라 늘 늦게 집에 돌아오곤 했었다.
한번 책을 잡으면 그 뒷부분이 궁금해서 밤을 꼬박 새기 일쑤였다.
서고에 꽂혀있는 그 많은 책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했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글 쓰는 사람들이 멋지게 보였다. 국민학생 때 현충일에 쓴 글이 뽑혀서 방송실에서 내 작품을 직접 읽은 적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교지에 실리기도 하고, 백일장 등에서 수상도 했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사보에 글이 실려 원고료를 받는 기쁨도 누렸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그런 경험들이 막연하게 내가 쓴 책 한 권 갖고 싶다는 작은 열망이 되었던 것 같다. 따스하고 포근한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책과 글과 멀어지면서 그 작은 씨앗은 메말라 버리고 말았다. 그런 줄 알았다.
글을 잃어버린 시간을 한참 지나, 60이란 나이를 얼마 앞두고 블로그를 통해 처음 글을 쓰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바짝 말라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의 씨앗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잠자고 있던 내 꿈이 슬그머니 머리를 내미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였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주 1회 <문구점 아줌마의 세상 이야기>연재를 블로그에 공표해 버린 거였다.
어떻게 그런 무모한 짓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글에서 녹내가 나는 것 같다. 너무 서툴고, 어색하고, 투박하다. 써 놓은 글을 볼 때마다 고쳐야 해서, 연재가 부담되기도 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한없이 마음이 쭈그러들기도 했다. 매일 후회 ⇒ 자존감 깎아먹기 ⇒ 자기합리화 ⇒ 다시 후회 ⇒ 자존감 깎아먹기 ⇒ 다시 자기합리화의 단계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쓰고 또 쓰다 보면 아마 나만의 색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세련된 글을 어찌 쓸까, 자꾸 쓰다 보면 점점 내 본연의 목소리를 찾아가겠지.....
그래서 나는 용기를 쥐어짜 글을 쓴다. 매일 못난 자신과 싸우며 나의 꿈을 쓴다.
그저 묵묵히 써 내려갈 뿐이다. 잠자던 욕망을 따라 그저 한발 한발 발자국을 내디딜 뿐이다.
지금은 그저 그뿐이다.
숨쉬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가치롭게 살고 싶어 글을 쓴다.
이렇게 쓰고 쓰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겠지.....
글쓰기는 그래서 내 영혼의 숨쉬기이며, 못난 자신과의 투쟁이며, 제 2막을 시작하는 삶의 여행 그 자체이다.
10대 때 꾸었던 막연한 꿈을 이제 이순을 바라보는 내가 이어서 꾼다.
초등학교 앞 평범한 문구점 아줌마가 꿈을 꾼다.
누구에게나 꿈꿀 수 있는 자격이 있으니까. 그리고 꿈은 꿈꾸는 사람의 몫이니까.
나는 한참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잃어버린 꿈을 찾았다.
이런 나를 보며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자신의 꿈에 도전할 용기를 갖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다.
나는 꿈꾸는 문구점 아줌마이다.
<블로그 댓글 중>
- 꿈을 꿀 수 있는 오늘이 있다는 게 설레고, 기쁜 일이네요!^^
수증기가 되어 날아간 줄 알았던...
하지만 내내 내 안에 있었던 글의 씨앗.
감성토끼님만의 글로 싹 틔우시길 바랄게요! 아자아자!
- 문구점 아줌마의 세상 이야기 제가 참 좋아합니다 ^^
술술 잘 읽혀지고 생각할거리도 던져주는 멋진 글입니다.
늘 응원합니다
- 감성토끼님의 글 너무 좋은걸요~~
생활반경은 한정되어 있지만 생각의 나래는 더 멀리멀리 날아 어디든 갈 수 있잖아요^^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얼마전에 76세에 처음 붙을 잡고 그림을 그리게 된 모지스할머니의 글을 보았습니다.
101세가 되어 하늘나라에 가실때까지 곱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하더라구요
꿈은 묵혀 놓으면 더욱 활짝 날개를 펴고 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같아요...ㅎㅎㅎ
이제라도 감성토끼님만의 글을 쓰면서 꿈도 이루시고 더 큰 꿈도 가져 보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