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에 오시는 외국인 손님들

10월 22일

by 감성토끼

문구점을 하면서 외국인 손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바로 첫 문구점인 에덴 문구 시절이었다.

어느 날 한 외국인 남자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뭐라고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아들은 단어는 "배러리"란 단어였다. 그 한 단어를 알아듣고 건전지를 판매할 수 있었다.


나의 영어 실력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그 정도의 영어실력에다, 그나마 쓸 일이 없어 다 잊어버렸으니 대화는커녕 단어라도 알아들으면 다행인 수준인 것이다.


그래도 직장 생활할 때만 해도 가끔 외국 손님들한테서 전화가 오기도 하고, 외국 손님들이 방문하기도 해서 꼭 필요한 그야말로 간단한 생활영어나 오피스 영어 정도는 말할 수 있었는데, 그때가 언제인가! 사용을 하지 않으니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작은 문구점에서 외국 손님 만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랬는데, 평택으로 이사 온 후 간혹 외국인 손님들이 문구점을 방문하시는 거였다.

외국 손님이 오셨어도, 그냥 쭉 둘러보다가 살 물건을 가지고 오면 포스기로 찍는 즉시 금액이 모니터에 뜨고, 카드로 계산을 하게 되니 구태여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나가시면서 그분들이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하고, 나는 "Thank you" 하고 가볍게 대꾸를 해 주면 되는 정도였다.



포켓몬 카드 사러 온 외국인 청년들


며칠 전 외국인 청년 두 명이 우리 문구점으로 쓱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난 한국말로 외쳤고, 두 청년은 여기저기 둘러보다 포켓몬 카드 있는 쪽으로 가더니 포켓몬 카드를 집어 들었다.


아~ 이거 1인 1팩인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들고 "One person, One pack!" 이라고 호기롭게 콩글리시를 시전했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제대로 된 말은 "One pack per person"이었다.


다행히 알아들은 두 사람은 포켓몬 카드를 한 팩씩 집어 들고, 계산을 했다.

뒤이어 뭐라고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핸드폰을 보여주는데 뽀로로 피규어를 찾는 거였다. 뽀로로는 스티커밖에 없어서 뽀로로 스티커를 가리키며 스티커밖에 없다고 당당히 한국말로 이야기를 했고, 그 청년들은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핼러윈데이 즈음에 찾아오신 여자 손님


작년 핼러윈 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외국인 여자분이 조용히 들어오셨다.

50대가 아닐 수도 있는데, 머리가 노란색보다 밝은 은발에 가까워 대충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그분은 여기저기 둘러보시다가 "So Cute!"를 외치면서 불이 파란색, 빨간색으로 바뀌는 핼러윈 반지를 몇 개 고르셨다.

포스기가 있으니 역시 별말이 필요 없다.그분께서 또박또박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하셨고, 나는 "Thank you!"로 감사를 전했다.



다문화 가정 손님들


요즘 다문화 가정이 주위에 은근히 많이 있다. 특히 평택에 미군 기지가 있다 보니 외국인 남편과 사는 한국 여성분들도 많다.


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오시는 분들의 비중이 꽤 있다.

반대로 외국인 엄마를 둔 아이들도 제법 많다.

그런데, 그분들은 다 한국말을 너무 잘하셔서 구태여 내가 영어를 쓸 필요가 없기도 하다.


몇몇 단골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보면 결혼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가끔은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궁금하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 물어볼 수가 없다.


분명 한국 분이 아니신데,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는 분이 정말 많이 계신다.

어려운 발음은 좀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내가 영어를 그 정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요즘 우리의 국격이 높아져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영어로는 도저히 표현 못 하는 한글의 그 뉘앙스를 느껴보기 위해 한글을 배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가 학창 시절 팝송을 옮겨 적고 외우면서 어설프게 영어를 배웠듯, 지금은 다른 나라 청소년들이 BTS의 노래를 한글 가사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뿌듯해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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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르트문드 청소년 합창단 [지휘:정나래]


며칠 전 유키즈 언더 블록에 출연한 정나래 씨는 독일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의 지휘자인데, 특이하게도 독일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아리랑을 지도해 합창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아이들에게 8개월에 걸쳐 한글 발음과 아리랑에 얽힌 정서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리랑에 얽힌 그 특유의 슬픔과 아픔으로 어우러진 한의 정서가 놀랍게도 노래에 스며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외국 학생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국말로 된 노래를 부를 때의 그 모습은 뭔가 뭉클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이제 굳이 영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해외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영어 공부하기 귀찮은 나의 게으른 소망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블로그 댓글 중>

- 외국인에게도 포켓몬카드가 인기있다니 재미있는것같아요

자주 영어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더 획기적인 번역기를 기대하고있습니다!!ㅋ

- ㅎㅎ 맞아요.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많이 배워서 하니 외국어 스트레스가 좀 줄지 않았나 싶어요.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웬만한 여행지에서는 한국말 다 통하더라구요 ^^

그래도 외국어 하나쯤 하면 편한건 사실이죠 ㅎㅎ

- ㅎㅎㅎ 이미 왔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당당히 우리말을 해도 되는 때가 된 것 같아요.

뭐 굳이 와국에 가도 번역기가 있으니 괜찮고~~

어제 서울에 갔는데 우리말보다 더 많은 외국어를 들었던 거 같더라고요.

정말 글로벌 시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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