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물들어가고 길들여지는 존재
며칠전, 젊은 날 각별했으나 근간에는 소원했던 고교 친구의 부고를 받았다.
부고는 친구 이름의 카톡으로 전달되었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고령의 어머니 부고라 생각했으나 찬찬히 읽어보니 친구 본인 부고였다. 부인이 친구 휴대폰으로 보내온 것이었다.
부고장에 적힌 계좌로 부의금만 전달하고 직접 조문하진 못했다.
다른 친구들 카톡방에 알렸더니 모르는 눈치다.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온 친구의 전언에 의하면 빈소는 다소 한산했다 한다.
시골차구들도 올라오지 못했다.
학창시절 그는 다재다능했다.
건장한 체구의 만능 스포츠맨에 똑똑했고 피아노와 기타를 쳤다.
하지만, 2학년때부터 배운 술이 문제였을까, 공부를 등한시 했고 결국 대학에 가지 않았다.
세상과 불화하며 친구들과도 서서히 멀어졌다. 잊혀질만하면 전화해서 잠깐씩 얼굴을 보이곤 했다. 서로의 결혼식도 참석을 못했고 가정을 꾸려 수도권에서 산다는 풍문을 들은 터였다.
마지막 만남은 2년전 이었다.
집앞으로 찾아온 친구와 술대신 차한잔 했다. 간경화가 심해 술을 끊었다고 했다.
그 날, 친구는 우정의 서운함을 토로했었다. 생판 모르는 남보다 못한 박절한 인연에 아쉬워했다.
친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좀더 따스하게 손내밀어주지 않은 나의 무심함을 지적하며, 제멋대로였던 본인의 까칠함과 성실하지 못했던 삶의 태도를 반성한다고 했다.
오늘 아침, 하늘로 간 친구의 카톡을 다시 받는다. 부인이 보내온 답례글이다. 의례적인 문자지만 진심이 묻어난다.
먼저 하늘로 간 친구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친구와 우정에 대해 생각한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하여 사유하며 체계화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세 유형으로 분류했다.
쾌락적 관계, 이익적 관계, 도덕적 관계가 그것이다.
즐거움을 목적으로 유지되는 만남이 있고, 이익을 매개로 한 만남이 있다. 또한, 서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상호 이타적 관계를 지향하는 우정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목표를 행복으로 정의했고,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좋은 친구, 참된 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기의 1호 독서목록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도 우정에 관한 대목이 있다.
여우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 여행중인 어린왕자에게 말한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돈으로 사려고만 해.
그래서, 어른들은 친구가 없어.
하지만,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상점에서 팔지 않아.
친구란 오랜 시간 함께 물들어가고 길들여지는 관계를 통해 맺어진다.
사회생활은 돈과 자리를 향한 인정투쟁이다.
모든 싸움은 상처를 남기고 부산물로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인정투쟁이 필요없는 존재, 가족이 소중하다.
친구는 제 2의 가족같은 존재다. 투우소의 쉼터 케렌시아 마냥 휴식과 회복의 역할을 한다.
친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친구의 안부와 근황을 한 번 더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