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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치료 완료

마눌님, 폭싹 속았수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막을 내렸다. 애순이의 수호천사 관식이도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아내 애순은 죽음을 앞둔 남편에게 "나는 꽃동산에 살았다"고, "당신 덕분에 하루도 외롭지 않았다"고 사랑을 고백한다.

엄마의 감수성과 아빠의 성실함을 물려받아 번듯한 인터넷 교육기업 대표로 성장한 딸도 독백으로 아빠를 그리워한다.

"나에게는 아빠가 바다였다.
나에게는 다정한 아빠가 있었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다정한 딸이 없었다.
아빠가 평생 옆에 있어줄 줄 알았다."

수호신 아빠가 떠나고서야,
딸 금명이는 뒤늦게 철이 든다.
딸바라기 아빠의 짝사랑이 끝나고,
이젠 딸의 아빠를 향한 짝사랑이 시작된다.

아내와 딸로부터 '폭삭 속았수다'로 인정받은 돌쇠 남편이자, 무쇠 아빠 관식의 삶은 고단했으되 행복한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웰빙이 있었기에 웰다잉(Well Dying)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작년 6월 수술실에 들어서던 순간을 기억한다. 최대한 안전하게 넓은 부위를 절제해야 하는 뇌종양 제거수술로써 출혈이 있으면 전이가 생길 수 있고, 신경조직을 건드리면 언어영역이나 동작기능의 마비를 수반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주치의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 병원에서 누구보다 자신있으니 본인을 믿으라고 나를 다독였다.

애써 마음을 다스리는데 문득 ' 이 자리에 나아닌 마눌이나 딸이 누워있다면 내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차, 그제서야 불안한 마음이 가시고 평안이 찾아왔다.

아마 나도 모든 가장들처럼 하늘과 모든 신에게 "제발 내가 대신 아프게 해주세요"라고 빌지 않았을까 싶었고, 그럼, 나는 소원을 이룬 거였다.

소원을 이뤘다는 편안함으로 수술실에 들어섰고, 대략 5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깨어나니 거짓말처럼 딸들이 양쪽에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고대 로마에서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시가행진할 때 노예들 몇은 장군의 행렬 뒷편에서 메멘토 모리를 외쳤다고 한다.

함께 싸우던 전장에서 먼저 죽어간 전우를 애도하는 뜻과 함께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너무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라. 사는 동안 죽음을 성찰하라.'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이런 포용과 성찰의 정신이 있었기에 로마제국이 유럽 전역에서 천년동안 번성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성찰해야한다. 그리고, 카르페 디엠(Carpe diem)
최선을 다해 현재의 인생을 즐겨야한다.
이것이 웰빙이자 웰다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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