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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가소성

습관이 차이를 만든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뇌의 놀라운 능력으로 '뇌 가소성'이 많이 언급된다. 뇌세포의 일부가 죽더라도 재활치료나 반복 학습을 통해 다른 뇌세포가 그 기능을 대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작년초 사물의 형체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야 협소, 즉 시야 좁아짐의 해법을 찾다가 뇌종양을 발견했다.

수술전 주치의 선생님은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좁아졌고, 종양을 제거하면 뇌기능도 소실되어 시야 협소가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뇌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재생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표준치료가 마무리되고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말씀하셨다.

오른쪽 뇌수술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사물의 왼편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위가 어둡고 사물의 입체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수술 후유증으로 몸의 왼편이 시리고 저려 왼다리가 전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운동신경도 예전 같지않아 자전거나 오토바이 통행이 많은 큰길 보행은 마눌의 손을 잡는다.

시야가 협소하고 후유증이 있어도 항암약을 끊은 후 한 달, 마음은 편안했다.

전보다 활동량을 늘려 외출도 많아졌고, 사무실에도 열흘에 한 번꼴로 들렀다.
그간 미뤄둔 뇌종양과 내 암종 교모세포종 관련 정보도 알아보고, 뇌 가소성, 시야 협소 치료법 등도 직접 찾아봤다. 검색 속도도 느리고,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할 전문성이 없어 '심봤다'를 외칠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정보를 통해 내 병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유투브 공간의 정보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했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했다.

확진 초기, 교모세포종 '5년 생존율 10%, 여명 15개월' 영상을 봤을 때의 당혹감이 떠오른다. 그 이후 뇌종양 관련 영상은 찾지 않았다. '알면 병이오, 모르는게 약'이라 생각했다.

최근 교모세포종을 검색하니, 5년 생존율 10% 영상도 있고, 표준치료 완료후에는 40-50%도 의견도 있고, 표준치료 완료시 10% 등 의견이 분분하다.
주치의 선생님은 당시 이것을 지적했던 듯하다.

한달 전 표준치료를 마치며 주치의 선생님은 "우리나라는 5천만 인구중 4천만이 의사라고들 합니다. 환자가 병명관련 정보와 치료법을 찾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외부 정보에 너무 현혹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환자는 환자의 루틴을 지켜야한다.
한자어 가소성의 '소'는 '흙빚을 소'라 한다.

진흙은 손바닥의 압력과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형상이 달라진다.

신비의 영역이라는 뇌조직도 마찬가지.
뇌는 반복된 행동을 통해 뉴런을 재구성하고, 손상된 부분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논어의 '습상원야'와 맥이 닿는다.
습관이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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