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학습능력이 필요한 시대를 사는 태도
사랑하는 딸들아,
사람들은 곧잘 진실을 믿지 않고, 자신이 믿고싶은 것을 믿는 오류에 빠진단다.
AI와 유투브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에 이런 '확증편향의 오류'가 커지고 있다.
너희들에게 항상 '열린 생각'을 강조하던 아빠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내용만 골라 듣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기회가 있었단다.
어제 고무부님 팔순잔치에서 아빠는 옆자리에 앉은 삼촌과 대화하며 식사했는데, 집에 돌아와 삼촌과의 대화를 복기하며 그간 믿고있는 신념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정보만 취사선택해 왔음을 알게 되었단다.
너희도 알다시피, 삼촌은 원자력관련 대기업에서 근무중이라 우리나라의 에너지원으로 적극적인 원전활용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단다.
이에 반해, 아빠는 오랫동안 '녹색평론' 잡지를 구독하며 탈원전, 이제는 원전을 다른 재생에너지로 대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란다.
며칠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원전개발에는 10년, 부지선정까지 고려하면 대략 15년이 걸리고 풍력과 태양광은 1,2년이면 가능한데, 그렇다면 원전대신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게 에너지 대책으로 효율적이지 않은가"라는 문제의식을 표출했다.
아빠와 삼촌은 이 문제의식을 두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질의응답을 계속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는 속시원한 답변을 찾지 못했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삼촌이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네이버 검색을 통해 기존에 도외시했던 새로운 사실에 접근할 수 있었단다.
돌아보면, 아빠는 원전개발의 과다한 투자비용과 혹시 있을 수 있는 사고위험과 아직 명확한 해법이 제시되지않은 핵폐기물 처리 등 탈원전과 연계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원전의 효율성, 리스크 해소 노력, 선진국 동향, 고부가 산업 특성 등 친원전 경향의 정보는 의도적으로 멀리해 왔었다.
어제 검색을 통해, 미국이 지난 50년동안 탈원전을 지향했던 이유가 이념이 아닌 제조업 븡괴로 인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원전산업도 이제는 중국이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로 변모했음을 확인했다.
물론, 하루밤 검색한 지식으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바뀌진 않았지만, 그래도 삼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단다.
사랑하는 딸들아,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계속 하렴. 그래서, 스스로 답을 찾는 노력을 하려무나. 이제는 평생에 걸쳐 학습능력이 필요한 시대란다.
또한,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마렴. 사람은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진실에 접근하며, 올바른 가치를 세울 수 있는 법이란다.
내 생각과 같은 말에만 귀를 열고,
내 신념과 비슷한 사람과만 입을 맞춰서는 곤란하다. 그리하면, 시야는 좁아지고 생각의 문이 닫힐 터이니, 꾸준히 생각하고 질문하며 대화하고 공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