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로고테라피'
어제 유투브에서 뇌종양 환우의 세바시 15분 강연을 들었다.
나와 같은 교모세포종으로 투병중이었다. 40대 초반인 그녀는 온라인 독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는데, 가장 힘든 시기인 2차 항암중인데도 밝고 씩씩했다.
그녀는 인생책으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언급하며, 그 책이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의미를 다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프랭클 박사는 심리학자로,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감중에 동료들을 관찰하며 심신이 공포와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 가장 나은 해결책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로고테라피'로 이론화했는데 그 핵심 방법으로 첫째, 습관과 태도를 정립하거나 둘째, 창조적인 작업에 몰입하거나
셋째, 다양한 경험과 관계를 통해 사랑과 우정 확인하기를 제시했다.
로고테라피 이론을 되새기며, 과연 제대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 내 투병생활을 돌아본다.
첫째, 습관과 태도가 전부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위해 한번 세운 루틴은 계속 지키려했다.
9월초 여명 15개월을 채우고 나서는,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이제 여분의 삶을 산다고 생각하니 매 시간이 즐겁고 감사하다.
둘째, 글쓰기에 대한 몰입은 의외로 강한 힘이 되고있다. 이삼일에 한 편 정도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기는데,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병을 다스리는데 위안이 된다.
또한, 앞으로 살아갈 길을 찾는 데도 도움되리라 믿는다.
셋째, 다양한 관계로 맺어진 인연과의 연락과 소통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값진 것'이라는 자각을 주었다. 살아서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 시절 한 때 만남으로 단절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옷깃만 스치는 희미한 추억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끈끈함으로 되살아나는 값진 관계도 있는 듯하다.
시간을 내어 찾아와 격려하고 음식과 차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들려주고 내 말에 귀를 열어준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