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세요?"
어느 날 아이가 무심코 던진 이 질문이
나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나는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이자 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역할을 떼고 나면,
과연 나는 누구일까? 문득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그 답을 찾고 싶어졌다.
엄마이기 이전에, 나는 분명한 '나'였고,
그 존재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자 책임이다.
아이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나 자신을 뒤로 미루는 것은 많은 엄마들이 기꺼이 선택하는 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무너졌고,
웃으면 세상이 밝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득문득
'나는 어디에 있지?'
라는 질문이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모성애는 숭고하지만,
그것이 곧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내 꿈과 욕망,
취향과 생각들이 점점 흐려져 가는 것을 느꼈다.
좋아하던 책 읽기, 음악 듣기, 친구와의 수다, 그리고 조용히 카페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들이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진심으로 체감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삶이 채워져야 아이의 삶도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조금씩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분, 30분, 그러다 하루에 1시간씩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연습을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끔은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아이보다 나 자신을 먼저 챙긴다는 생각에 불편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결국 아이에게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라는 사실도.
엄마이기 전에, 나는 나다.
이름을 가진 사람이며,
생각과 감정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다.
나의 삶은 아이의 삶과 맞닿아 있지만,
결코 그 안에 완전히 흡수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자라나 언젠가 자신의 길을 갈 때,
나 또한 나만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엄마들이
자신을 뒤로한 채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을 존경하며,
동시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엄마도 나답게 살아야 해요."
우리는 단지 아이의
보호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딸이었고, 친구였고, 꿈을 꾸던 사람이었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꺼내어 안아주고,
다시 한번 나의 삶을 살아보자.
나답게 사는 엄마는 아이에게도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다.
오늘 하루, 나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한 걸음이 쌓여,
결국 내 삶 전체를 다시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