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동굴
일행은 곧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었다. 동그라미들도 가쁜 숨을 내쉬었다. 힘들 때마다 빙글이동그라미와 시내가 번갈아 가며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그 바람에 일행은 아주 즐겁게 산을 넘을 수 있었다.
“휴, 힘들다. 여기서 조금만 쉬어 가자.”
산 하나를 넘고 나자 빙글이동그라미가 큰 나무 그늘에 벌렁 누우며 말했다. 수담이도 얼른 주저앉아 신발을 벗어 발바닥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많이 걸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동그라미들과 시내도 털썩 앉았다.
일행이 자리잡은 나무 앞에는 제법 큰 연못이 있었다. 연못가에는 큰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연못 안에는 둥그런 연잎이 떠 있었다. 군데군데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연꽃 사이로 소금쟁이들이 여기저기에 원을 만들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퐁당퐁당 소리를 내며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 예뻐라. 저렇게 예쁜 꽃은 처음 봐.”
멋쟁이동그라미가 연못을 빙빙 돌았다. 시내도 멋쟁이동그라미를 따라 연못을 돌았다. 여러 겹으로 벌어진 연꽃은 정말 예뻤다. 연꽃 구경에 푹 빠져 있는 동안 구름이 더욱 짙어지더니 연못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이내 후드득후드득 빗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와!”
구름위동그라미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연못을 보며 말했다. 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동그랗게 크고 작은 물살이 일렁였다. 마치 연못 위에서 하늘을 향해 ‘짹째글 짹째글’ 조그만 입을 동그랗게 벌리는 제비 새끼들 같았다. 일행은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뛰었다.
“저 위쪽으로 올라가면 동굴이 있어!”
멋쟁이동그라미 말에 일행은 멋쟁이동그라미를 따라 위쪽으로 뛰었다. 가파른 계곡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 소리가 요란했다.
모두 낙담한 표정으로 불어난 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나무 위로 올라간 시내가 서로 꼬인 칡덩굴을 풀어 내렸다. 그러고는 칡덩굴 한 줄기를 꼭 부여잡았다.
“자, 봐요. 간다.”
한껏 뒤로 물러섰던 시내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시내는 대롱대롱 매달린 칡덩굴을 잡고 그네를 타듯이 휘익 저편으로 건너갔다. 멋쟁이동그라미와 빙글이동그라미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곧 시내처럼 칡덩굴을 한 줄기씩 잡고 휘익 계곡 저편으로 쉽게 건너갔다. 수담이도 칡덩굴을 잡았다. 머뭇거리다가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구름위동그라미가 수담이 등을 다독이며 힘을 주었다.
수담이는 다시 손에 칡덩굴을 몇 번 돌려 감았다. 그러고는 눈을 꼭 감고 발을 힘차게 구르며 뛰었다. 몸이 공중에 붕 떴다. 마지막으로 구름위동그라미가 양손에 칡덩굴 한 줄기씩 잡고 날듯이 건너왔다.
일행은 멋쟁이동그라미 뒤를 따라 산중턱 큰 바위 밑에 있는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빗소리는 더욱 커졌다.
동굴은 입구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매우 컸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은 더 높아지고 바닥도 넓어졌다. 그러나 동굴 안은 춥고 어둡고 축축했다. 비에 젖은 일행 모두는 오들오들 떨었다.
구름위동그라미가 동굴 곳곳에서 땔감으로 쓸 삭정이 가지와 장작을 한 아름 들고 왔다. 모두 구름위동그라미를 도와 매캐한 연기에 눈물을 흘려 가며 불을 지폈다. 시내와 수담이도 후후 바람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