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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Dec 10. 2020

16. 나름의 배려

 오랜만에 같은 팀 주사님한테 연락이 왔다. 내일 소소한 팀 회식이 있는데 올 수 있는지 물어보는 연락이었다. 회식 하루 전의 연락이라니 그것도 퇴근시간일 6시에. 같은 팀으로 1년 반을 일한 내가 보자면 이건 일종의 배려이다. 내가 그간 휴직 후에 참석했던 몇 번의 회식 외에 추가의 회식까지 오게 되면 정말 휴직을 하고 나서도 1달에 1~2번은 회사를 가는 꼴인데 그 꼴사나움을 막아주려는 나름의 배려인 것이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분이 안 계셨다면 난 휴직도 하지 못한 채 우울증으로 매일매일을 저주하며 곪아가고 있었으리라.      


  병원을 다닌다고 말하기까진 좀 걸렸다. 아무리 같은 팀 이래도 마음의 거리는 있었으니까. 다른 팀의 나이 차이 꽤 나는 주사님한테 말하고 나서도 좀 걸렸다. 같은 팀이라는 게 아무래도 걸렸다. 내가 병원을 다닌다고 하면 그 후의 행동이 달라질까 봐. 그래도 다행히 지인 중에 병원을 다니는 이가 있었던 주사님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셨다. 다만, 내가 나를 봐도 그랬을 듯 놀라긴 하셨다. 나같이 밝아 보이는 애가 우울증이라니 나라도 납득하기 어려울만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미 병자인걸. 이제 와서 어쩌겠느냐. 말하고 나니 한결 수월해졌다. 팀장님은 모르시더라도 우리끼리 통하는 눈빛이 생겼다. 그리고 휴직을 하려는 결정조차 나는 주사님께 의지했다. “주사님, 저 휴직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말씀하셨다. “해. 널 위해 휴직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마음먹었을 때 해” 정확히 이 말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결의 내용이었다. 마음만 먹고 있던 나는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때가 아니면 정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같았으므로.      


  그 후에도 주사님이 후회한 순간은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내가 말은 했지만. 다름아, 밤에 잠이 안 온다”. 미안했다. 그 말에. 내가 그녀를 이용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 휴직에는 그녀의 희생이 필요했으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나는 회사 문을 등지고 나왔고 지금 그녀를 떠올리면 감사하다고 90도 인사하고 싶을 지경이다. 다음번에 만나면 두 팔로 꼭 안아드릴까 생각도 든다.      


  그녀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엄마였다. 한 때 아이 문제로 빨리 퇴근을 해야 했을 때 과장님은 물었다고 했다. “00 이는 가족이 우선인가, 회사가 우선인가?” 그녀는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가족이 우선입니다. 가족 때문에 다닌 회사입니다.”     


  같은 팀이기에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엄마이기도 선배이기도 했다. 어떨 때는 배웠고 어떨 때는 밉기도 했다. 같은 팀이었기에 일을 나눠가져야 했기에, 위로가 될 때도 원망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하루 전에 늦게 연락을 주심에 감사할 뿐이고. 나름의 배려를 해주심에 왕복 3시간 거리에 불편한 상사들을 보러 가지 않게 돼서도 감사할 뿐이다. 공직생활을 하며 일했던 기간에 비해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오늘의 글은 그녀에게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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