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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 himi Nov 16. 2020

그 동물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특별한 건 없고요, -입고일기

얘는 도대체 뭘 믿고 쪼르르 내 손바닥 위에 올라오는 걸까. 나는 너처럼 부드러운 털이 온몸에 자라지도 않고, 너처럼 조그만 심장이 쉴 새 없이 콩콩쾅쾅 뛰지도 않는데.


손바닥 위 작고 말랑한 햄스터의 무게감을 가늠해 본 적이 있다. 병아리를 터트릴까 봐 무서워한다는 모 연예인의 말처럼, 무게감이라곤 느껴지지도 않는 이 작은 덩어리를 망가뜨릴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동물과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한다. 고마운데, 정말 고마운데, 얘는 도대체 자기보다 수십 배는 크고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내는 동물의 무엇을 믿고 곁을 내어주는 걸까요, 하는 말을.


귀여워. 사랑스러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맥 빠지는 소리. 당연히 안다. 이 소중한 덩어리들은 고작 밥 하나 주는 걸로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라는 것을. 당신도 나도 어릴 적 먹을 걸 나누며 친구들과 애정을 나눴던 경험이 있으니까. 점점 먹을 것이 아닌 것을 나누며 애정을 확인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지만, 세상에 애정과 가장 비슷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건 음식이 아닐까 한다.




"너 오늘 밥은 먹었어?"

갑작스러운 입고를 마치고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함께 있던 <요리 싫어 요리책>의 메인 셰프가 질문을 던졌다. 어어... 아침에 식빵...이라 우물거리다 두 개,라고 황급히 덧붙였지만 눈으로 하는 욕을 들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밥을 먹긴 해야겠네, 생각하며 매대를 점검하는데 대뜸 시야를 가르고 나타난 비닐봉지가 말을 걸었다.

"밥 좀 먹고 해."

작별인사 다 한 줄 알았지 나는. 그런데 너는 전할 안부가 남아있었나 보다.


먹을 것을 건네는 일만큼 확실한 사랑 표현 방법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건 심지어 만국 공통 종족 불문인걸. 부끄럽게 건네받은 애정을 뚝딱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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