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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위로

2심 재판이 열리는 날, 법원 앞에 또다시 김이분 할머니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긴장했고, 기자들의 셔터는 바빴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1인 시위를 할 뿐이었다.


재판은 길지 않았다. 2심은 그대로 유지됐고, 할머니는 선고를 받고 나오는 그를 바라봤다. 거리는 멀었지만 그 역시 김이분 할머니를 의식하고 있었기에 둘의 눈은, 잠시나마 서로를 응시했다. 차분하지만 서슬 퍼런 할머니의 눈빛에 그의 몸이 움찔했다.


이후 그는 더 이상 항소하지 않았고, 유족 측도 항소를 포기했다. 결국, 1심 판결 그대로 15년으로 형이 확정됐다.


재판은 더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날, 김이분 할머니는 살인자의 꿈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꿈속에서 김이분 씨는 70대 후반의 노인이 아니었다. 70대 후반의 단단한 영혼을 지닌, 지옥의 신이 되었다. 이제 다시 환생한다 해도 죄를 짓지 못할 만큼 제대로 벌할 차례다.


뜨거운 화염이 꿈속을 활활 태웠다. 할머니의 영혼처럼 강한 불꽃이 꿈속 세계를 지배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불에 타는 고통이라고 했던가?


김이분 할머니는 그의 영혼을 단단히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본인의 몸마저 땔감으로 사용해 태울 것처럼 그를 향해 용광로처럼 뜨거운 불길을 뿜어댔다. 그는 비명을 질렀고, 고통 속에 몸부림쳤지만 꿈은 깨지 않았다. 고통받는 이에겐 영원처럼 긴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할머니는 꿈속에서 튕겨나갔다. 꿈의 주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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