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나 Aug 03. 2021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자.

힐링이 필요한 순간

개인적 욕구를 뒤로하고 나름 자기 계발한다고 이것저것 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하면서도 자문하게 되는 때가 있다. 과연 내가 하는 짓이 잘하는 인지, 쉴 수 있을 때 그냥 쉬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가뜩이나 육아도 힘든데 짬짬이 하고 있는 자기 계발은 아이가 잠든 시간, 혹은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생긴 자유시간에나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몸이 피곤하거나 의욕이 떨어질 때면  '차라리 아이에게나 더 신경 쓰지. 뭐 좀 해보겠다고 괜히 혼자 헛짓하는 건 아닌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확 밀려온다.  맞다. 난 일상에 지쳐있었다. 힐링이 필요했다.  

"뭐해~ 오늘은 괜찮나? 우리 집에 놀러 와."

바로 그때, 마치 그녀가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카톡 하나를 보내왔다. 신혼집을 차린 지 얼마 안 된 친한 친구얼마 전부터 놀러 오라고 했었는데 서로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못 가고 있었다. 갑자기 날아온 그녀의 제안이 이리 반가울 수가.

". 좋아 이따 갈게"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얼마만인지 괜히 버스를 타면서도 설레었다. 수색교에서 내려 갈아타야 한다는데 환승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결국 택시를 탔다. 차는 언덕길 위에 터널을 지나 이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향한다. 이런 과정들조차 나에겐 너무 새로웠다. 드디어 도착했다.

"어서 와"

친구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누가 신혼집 아니랄까 봐 문 여는 순간 공기부터 달랐다. 집안의 향기, 다른 크기의 공간, 다양한 가구와 배치... 모든 새로움에 나의 동공이 확장됨이 느껴졌다. 예쁘게 잘 꾸며놓은 집은 가정집이 아닌 마치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온 듯했다. 어릴 적 친구를 오랜만에 보는 것도 반가운데 멋지게 꾸며진 공간은 날 한층 더 기분 좋게 만들었다. 한참 예쁜 신혼집 구경이 끝났다.

"커피 마실래?"

" 좋아"

Lp플레이어에 흘러나오는 재즈는 개인 취향 적중이었다. "아~ 음악 너무 좋다~~" 갖내린 커피 향이 그윽한 드립 커피를 마시며 우린 주절주절 한참을 떠들었다.

"이제 밥 먹을까?"

점심때가 되자 친구가 밥을 차려준다.  "이렇게 편하게 가만히 앉아서 누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야." 아이 키우고 지내다 보면 집에서 혼자 대충 차려먹거나 늘 누구에게 차려주고 치우느라 바쁘다. 밥 한번 맘 편히, 느긋하게 먹기도 쉽지 않다. 근데 오늘은 아니었다. 육아 맘인 나에게 이보다 더한 힐링은 없었다.


친구가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혼자만의 힐링 시간을 가져본다. 나의 역할, 할 일 등등... 모두 잊히는 순간이었다. 나는 진정 그 시간 안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우린 점심을 먹고 다시 수다를 한참 떨었다. 어느새 아이 하원 시간이 다가왔다.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친구 집을 나왔다.

"또 놀러 와"

"응 오늘 덕분에 너무 좋았어. 또 올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내 공간을 잠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뭔가 치유가 되는 듯한 순간, 그게 오늘이었다.


 관성의 법칙 탓인지 한번 머무른 곳을 좀처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집, 나에겐 그곳이 내가 늘 있던 장소이며 있어야 할 장소였다. 코로나에, 육아에, 한동안 갇혀 지내다 보니 이젠 익숙해지다 못해 오히려 어디를 가는 것이 더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때로는 관성의 법칙을 과감히 거스를 필요가 있었다. 

'어디를 간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잠시 내 머릿속 생각을 무시해보자. 억지로라도 익숙한 나의 공간에서 완전히 벗어나 보면 그것이 곧 내 삶의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없던 딸이 집안일을 하면서 깨달은 엄마의 위대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