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적 소비 1
성공의 기준을 ‘타인보다 더 나은 삶’으로 정한다면, 지금처럼 성공하기 쉬운 시대도 없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발전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퇴보시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평범한 급여생활을 하면서도 고급차나 외제차를 고집하고, 가방은 적어도 100만 원은 넘어야 가방처럼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연 그런 소비가 우리의 진정한 가치를 높여줄까?
어린아이들이 하교할 때, 학교 앞에는 여전히 몇백 원이면 살 수 있는 값싼 군것질거리들이 많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어른이 초등학생들이 군것질하는 앞에서 3만 원어치나 되는 군것질거리를 산다면, 그 이유가 어린아이들 앞에서 폼을 잡고 싶어서라면 참 한심하지 않겠는가? 요즘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과한 소비를 한 뒤, 그것을 SNS에 올리며 잠시의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다. 고급차, 명품 가방, 해외여행, 고급시계 등등, 우리는 너무 많은 땀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 소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온갖 이유와 핑계를 붙여가며 말이다.
나는 아이가 둘이다 보니 유모차가 네 대나 있다. 그중 세 대는 인터넷 나눔을 통해 무료로 얻었고, 나머지 한 대는 몇 년 전 17만 원을 주고 구매했다. 그런데 주위을 둘러보면 100만 원짜리 유모차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유모차를 사는 사람들은 나보다 돈이 더 많아서일까? 거의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저 허영에 이끌린 소비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욜로족’처럼 현재를 원 없이 즐기며 살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니 존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하면서도 소비를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과소비할 때마다 그럴 듯한 이유를 붙여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심지어 ‘버는 돈은 다 쓰고, 재테크로 부자가 될 거야’라는 생각마저 한다. 투자 서적 몇 권을 읽고 주식과 비트코인에 뛰어든다. 모아둔 돈이 없으니 대출을 최대한 이용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이처럼 우리가 사는 시대는 성공하기 참 쉬운 시대다. 과소비로 스스로의 길을 막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