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00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내 브런치를 구독하기 시작한 남편
띠리링-
핸드폰 알림 벨이 울립니다. 브런치 앱 오른쪽 상단에 숫자 1이 푸른 미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가장 최근에 올린 브런치 글을 떠올려 봅니다. 곧이어 2, 3, 4... 빨간 숫자가 갑자기 순식간에 늘어납니다.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클릭해 봅니다.
김00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김00.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네 번째도... 같은 이름의 라이킷입니다. 김00은 아내의 남편 이름입니다.
'아니, 일 할 시간에 브런치는 왜 들어가 있는 거람?'
혹시 남편이 아니라 동명이인의 김00 일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문자를 날려 봅니다.
"자기가 내 브런치에 라이킷 한 거야?"
응, 이라는 답이 옵니다. 일 안 하고 문자만 보고 있나 봅니다. 급할 땐 문자도 안 보더니, 오늘은 참 빨리도 답이 옵니다. 아내가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 돈 되는 거냐고 물어서 속을 긁었던 남편입니다. 라이킷의 순수성이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내용은 읽어보고 라이킷 한 거야?"
아내는 퉁명스러운 문자를 보냅니다.
"응, 당연히 다 읽었지. 내용 좋아."
남편의 답이 제법 진중합니다.
"고마워. 그래도 아쉬운 점을 알려줘야 개선하지."
아내는 남편을 의심한 마음을 반성합니다.
"나중에."
남편은 이렇게 신중한 사람이 아닙니다.
남편이 진짜 읽었나 봅니다. 뭐라고 생각했을까? 아내는 얼굴 모르는 이들에겐 아무렇지 않게 내놓은 글이 남편 눈에 뜨인 것이, 암만 해도 새색시 참다못해 샌 방귀 소리처럼 뜨끔, 합니다.
"앗! 할 말이 많으신가 보군요."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 듯 보내 봅니다. 없다, 는 남편의 답에 아내는 졸았던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아내가 남편과 만나기 시작했던 25년 전, 아직은 서로가 신비로운 시기였을 때였나 봅니다.
그런 날 중 하루, 문득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 변산해수욕장에 갔었습니다. 입고 간 원피스 자락이 젖을까 움켜쥔 한 손 옆에서 갈 데 없이 방황하던 아내의 다른 손을 남편이 처음으로 잡았을 때, 아내의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린 모양입니다. 주책도 그런 주책이 없습니다. 아내는 감정을 잘 못 숨기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도 그걸 20년 넘게 놀림거리로 삼는 남편도 옳지는 못합니다.
25년 전 그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미래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거."
남편의 대답에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아내는 의아했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아내가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답을 하는 그 남자가 아내는 싫지 않았던가 봅니다. 남편의 브런치가 있었다면 아내는 아마 그때 날렸을 겁니다.
정혜영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연애 5년, 결혼해 20년을 살아보니 남편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던 꿈이, 아내의 투잡으로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누려보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점점 짙어갑니다. 그래도 한 번 날린 라이킷을 무를 수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열심히 글을 써 보는 수밖에요.
가뜩이나 쓸 소재로 고민인데, 이제 아내의 브런치 글 소재 목록에 '시댁', '시어머니', '시누이'는 제외될 것 같습니다. 남편이나 물고, 뜯고, 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