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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Apr 05. 2024

『옹대』 를 인터뷰하다.

#06 직장 선배로부터


#1

‘나무’

그리고 ‘창작’.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완연한 봄이 온 4월이에요. 막 피어난 벚꽃과 목련처럼,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 좋은 계절이지 않나요? 마침 오늘은 식목일을 맞이해서, 움트는 자연과 참 잘 어울리는 ‘옹대’ 님을 만나봤어요.



옹대 님은 스스로를 ‘응원과 위로를 노래하고 싶은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싱어송라이터는 멋지고 새로워 보이기만 하죠. 하지만 옹대 님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경 시공 관리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지금은 버스킹 공연과 작곡을 이어가며 ‘*나무 의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왜 조경과 관련된 일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도 희망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나무 의사 : 수목의 피해를 진단 · 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산림보호법 제21조의 6에 따른 나무의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저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몰랐어요. 마음속 저 깊숙한 곳에서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이 세 상에는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겁부터 먹었어요. 그래서 음악은 취미로만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현실적인 직업을 찾았죠.


그러던 중 제가 어릴 때부터 뭔가를 직접 만드는 일에 재미와 매력을 느낀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조경이라는 직업도 크게 보면, 주어진 공간을 나무와 꽃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는 무릎을 탁! 쳤어요. 조경도 엄연한 기획과 창작의 영역이었죠. 그동안 사무실에서 PC와 마우스, 키보드의 틀에 갇혀 일을 한 탓이었는지, 너무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옹대 님은 그런 기획자의 마인드로 작곡까지 이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작곡을 할 때에도, 기존에 있던 곡의 코드나 형태를 거의 카피하지 않으려 해요.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죠. 기타를 들고, 일단 아무 코드나 흥얼거리면서 작곡을 시작한답니다.”


자작곡 ‘기침’.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한다고 한다.

보통 마케터라고 소개하면, ‘기획 많이 하시겠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업무라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자만의 창작의 놀이터를 하나씩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상상이나 생각을 실현하는 건 쉽지 않은데, 옹대 님만의 창작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옹대 님의 모든 나날들이 마냥 밝았던 건 아니어요.



#2

졌. 잘. 싸.

*졌지만 잘 싸웠다!


약 4년 전, 옹대 님은 다니던 직장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 전까지만 해도, 공장이나 야간 편의점 등 쉽지 않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마다 능숙한 일솜씨와 센스로 일 잘한다는 칭찬과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다고 해요. 하지만 취직한 곳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현장에서의 작은 실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부당한 대우로 이어졌고, 개선이 되지 않자 점점 의욕과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해요.


“정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허무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대체 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정말 침울했어요.


그러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졌어요. 제가 평소에 작곡해 둔 노래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응원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당당하게 제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쌓여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큰 힘이 된 거죠.”



옹대 님이 그렇게 좌절과 극복을 동시에 겪은 그 시기가 마침 스물아홉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돌이켜 봤을 때, 그때 가 장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아무리 직장 생활이 기대와 달랐다고 해도 주어진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건 저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아요. 다만 아쉬운 건, 퇴사 후 그렇게까지 스스로 고립될 필요는 없었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좋은 양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독 그 시기에 썼던 곡들을 공감하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가장 힘든 시기에 썼던 글이나 곡, 혹은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는 경우가 있어요. 그만큼 나와 같은 고민과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되어서가 아닐까요. 옹대 님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초라한 시기’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꼭 예술적인 성장 측면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침전하는 와중에 내면의 깊은 목소리를 마주하는 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요.



#3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바로 시작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취미가 있나요? 저는 별명이 ‘취미 부자’ 일 정도로 춤, 독서, 글, 게임 등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는데요, 옹대 님은 취미 생활이야말로 일상과 일을 분리하기에 최고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일반인들에게 음악 감상이나 노래 부르기는 취미에 가까운데, 음악을 전문적인 업으로 삼고 있는 옹대 님에게 취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프라모델 조립이 취미예요. 직장인 시절부터 지금까지도요.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해요. 특히 프라모델이 매력적인 이유는, 1차 창작물로 2차 창작물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새 상품을 사서 조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중고로 이미 조립된 제품을 사요.



중고 프라모델은 조립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관절 부분 같은 곳이 너덜거려요. 그런 상태가 좋지 않은 부품을 ‘정크’라고 하는데 저는 이런 정크들을 모아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요. 도색도 새로 해서 도면에 없는 새로운 모델을 완성하는 거죠. 그래서 어렸을 때도, 레고 낱개가 들어있는 바케스 단위로 가지고 노는 걸 더 좋아했어요.”


옹대 님은 프라모델이나 레고 조립마저 정해진 틀이 아닌, 머릿속에서 구상한 바를 실현하며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러면서도 온전히 자신과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독자들에게도 그런 취미 하나는 꼭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몰입과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옹대 님은 고민이 생기면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릴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옹대 님은 과거에 비해 비교적 과감해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저는 생각이 정말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머릿속에서 시물레이션만 돌리거나 고민만 하다가 좋은 기회를 놓쳤던 경우가 태반이었어요. 그래서 서른이 된 이후부터는, 뭐든 부딪혀 보고자 하는 ‘대담함’부터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기회가 오면 바로 도전해 보려고 하죠.


그래서 최근에도 길을 걷다 발견한 ‘윈스’ 뮤지컬 포스터 오디션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어요. 또, 동아리나 공연 팀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남들에겐 쉬워 보일지 몰라도, 저에겐 이런 하나하나가 큰 도전이에요. 그래서 지레 겁부터 먹거나 숨는 습관을 이겨내기 위해, 재고 따지기 보단 일단 시작해요.


고민이 될 때,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굳이 없다면, 우선 하는 거죠. 시작했다고 해서 저에게 해가 되는 게 아니니까요. “


옹대 님은 여기에 덧붙여 최근 영감을 받은 릴스 영상 하나를 보여줬는데요, 영화에 나온 대사 중 인상 깊은 대목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쉬움은 성장하는 삶에 들어올 수가 없다’라는 말이 너무 와닿는 거예요. 공부가 되지 않을 땐 게을러지거나 마음을 다 잡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쉬운 것만 찾으면서 잘 되길 바라는 무의식 속의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큰 자극이 되었어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그게 무엇이든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법이죠.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가끔은 불평하기도 하는데, 옹대 님이 소개해 준 영화 속 대사처럼 성장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는 걸 마음에 새기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이제 인터뷰 막바지가 되어, 옹대 님에게 스물 아홉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부탁했어요.


“제가 버스킹을 시작한 게 작년 초였어요. 32살이었죠. 그런데 저는 버스킹을 하겠다는 생각을 이미 10년 전에 했어요. 22살 군인 시절 때였는데, 일기장에도 적혀 있어서 정확히 기억해요. 전역하면 할 것들을 정리한 버킷 리스트 에 ‘버스킹’이 있었죠.

그런데 무려 10년이나 걸린 거예요. 작년에 버스킹 공연을 끝낸 후 든 생각은 다름 아닌, ‘내가 이걸 왜 이제서야 하고있을까’였어요. ‘내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공연하겠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머뭇거린 거예요. 만약 그때 시작했으면 지금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서두가 조금 길어졌는데,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얼른 해라’에요. 저는 요즘 틈만 나면 거리 버스킹을 하고 있고, 관객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해요. 이러면서 제 삶과 일에 더 열정을 느끼고 있고요. 그러니까, 그냥 하세요. 괜찮아요, 그렇게 큰일 안 납니다. 하면 돼요."




여섯 번째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계에 도전하는  「옹대」 님이었습니다.

스물 아홉들에게 울림​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인터뷰 주인공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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