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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Feb 25. 2024

『수환』 을 인터뷰하다.

#04 동갑내기로부터



어떤 사람의 작업물을 볼 때
 '와 이 사람 정말 변태다!’라고 나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만큼 감각적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런 감탄사가 나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어요.


조용하던 울산의 한 고등학교, 이 사람이 영상 작업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돌면 떠들썩했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뭔가 재밌는 일'을 해내며 기대감을 충족시키던, 인간 도파민 그 자체였죠. 지금도 '재밌는 영상'을 찍으며, 머릿속 상상을 멋지게 구현해 내는 중인데요! 광고부터 엔터까지, 분야 별 PD를 경험하며 여전히 작업에 몰두 중이라고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성장과 열정 가득한 수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1

저는 그냥,

재밌는 영상 만들고 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현재 작은 엔터 회사에서 영상 PD로 일하고 있는 이수환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냥, 재밌는 영상  만들고 있어요!



담백한 자기소개네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대부분 나영석 PD님 같은 분들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PD의 모습일 거예요. 하지만 PD라는 직업은 영상 분야마다 모두 다르답니다. 방송국에서의 PD, 광고회사의 PD, 엔터 업계에서의 PD 모두가 다른 것처럼요. 각 분야마다 세부적인 역할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두루두루 모두 한다’는 거예요.



‘두루두루라고 한다’라고 함은, 어떤 일들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PD는 전체적인 영상 제작에 있어서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잘 흘러가게끔 만드는 역할이죠. 필요에 따라 기획이나 연출에 가담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출’이라는 개념이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영상에 있어서 연출은 언제 빛을 발하나요?

우선, 기획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아이디어를 내는 작업이에요. 즉, 처음에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고 착수할 건 지에 대한 작업이죠. 연출은 그 아이디어를 조금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에요. 조금 더 예쁘고 멋지게 발전시키는 거죠. 감독님들이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여러 디렉션을 하는 장면을 보셨을 텐데, 그런 점들이 연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어떤 장면에서 ‘프레이밍’이라든지 ‘조명’이라든지, 세세한 부분을 어떻게 찍으면 더 좋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죠.



이해가 잘 되네요! 그럼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은 대표작이나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사실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제가 연출을 맡은 작품들은 모두 애착이 가거든요. 모든 작품이 대작은 아니더라도, 매번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희열이 있어요. 사람들과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서로 고군분투하거든요. 저는 이 점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음,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지금 진행 중인 개인작품이에요.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거든요. (웃음)


아무래도 2021년에 진행했던 개인 작품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하고 싶었고 그간 얻은 인사이트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어요. 특히 작년 광고 PD로서 일하며 얻은 경험을 가장 살리고자 했어요. 사전제작 준비, 현장 진행 및 조율 등 상업 광고 제작에서 배운 모든 요소를요. 그러다 보니 처음 기획한 것보다 규모가 배로 커졌고, 어떤 부분에서는 제 컨트롤 영역 밖인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아직은 시행착오 단계다 보니, 완벽할 순 없었던 거죠.


그래도 어떤 연출이 더 멋질지, 어떻게 현장을 진행해야 하는지, 스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었고 그럴 때마다 성장 가능성을 느껴서 행복했답니다. 또 한편으론 과거의 부족한 나를 돌아볼 줄 아는 눈이 생긴 것 같아 뿌듯했어요.






#2

22살, 학교 수업과

스타트업 출근을 병행했어요.



그럼 대부분 작업 제의가 들어올 텐데, 모든 제안을 받는 편인가요? 아니면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편인가요?

대체로 ‘내가 핸들링 할 수 있는가’를 가장 먼저 판단해요. 그러니까 ‘이거 재밌겠다, 말겠다’는 이후의 문제거든요. 당연히 욕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제안을 받고 싶어 할 거예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고, 그게 쌓여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너무 바쁜데 모든 제의를 받아버리면, 핸들링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도 저도 안 되는 참사가 발생하죠. 결국 결과물이 좋지 않은 건, 저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확실한 퀄리티 보장과 완벽한 결과물을 위해 스케줄과 핸들 범위를 꼭 참고하는 편이군요. 이런 기준을 갖기까지의 노련미가 느껴지네요. 혹시 이 일을 한 지 총경력은 얼마나 되나요?

음, 중학교 2학년 작업도 경력으로 치나요? (웃음) 농담이고요, 19살까지만 해도 그냥 유튜브 보면서 재미있는 영상 만들고,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는 게 다였어요. 20살 때부터 본격적인 대외 활동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서 많이 배웠던 시기였죠.

특히 22살 때는 대학교 재학과 스타트업 출근을 병행했어요. 9시부터 12시까지는 모든 수업을 오전에 몰아두고, 오후에는 회사에 출근하는 형태였죠.





22살 때 스타트업 출근이요? 정말 특이한 이력인데요!

생각보다 거창하진 않아요. 그저 뜻이 맞는 3명이 함께 모여서 시작한 거죠. 예전부터 영상 작업으로 교류를 하고 있던 지인이 있었는데, 조금 더 일을 크게 해보고 싶다 해서 회사 상장을 거쳐서 함께 운영할 멤버들을 구하고 있길래 바로 컨택을 했죠. ‘네 작품을 여태까지 잘 봐왔는데, 이번에 나랑 같이 해보는 거 어때’라고 손을 먼저 내밀었답니다.



그래도 창립 멤버이자 공동 창업자였네요. 그 나이대에 비해 대단한 경험인 것 같아요!

즐겁게 임한 경험이었죠. 그렇게 반년 조금 넘게 하다가, 모든 지분을 내려놓고 22살 8월에 입대를 합니다. 그리고 군대 이후의 삶은 또 완전히 달라져서, 이 점에서도 할 이야기가 많네요.




#3

부족한 연출력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뮤비 노트’를 시작했어요.



호기심을 유발하는데요? 뒤에서 더 자세하게 풀어주세요! 그나저나, 아까 사전 대화 중 휴대폰으로 언뜻 보였던 글이 빽빽한 노트가 궁금했어요. 노션으로 작업한 것으로 보이던데, 어떤 걸까요?

아, 뮤비 노트 말씀하시는 거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뮤직비디오 별로 분석한 내용을 아카이빙 하는 건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작년에, 작은 연출작품 하나를 마무리 후 고민이 생겼어요. 저는 뮤직비디오 작업하는 걸 즐기긴 하지만, 그 작품을 찍은 후에 과연 내가 추구하는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만큼 스스로 실력에 대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이걸 이렇게 조금 더 했다면 더 좋은 그림이 나왔을 텐데’라는 아쉬움들이 정말 많이 남았거든요. 그때 제가 어떻게 하면 연출력을 채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면서 보는 눈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으로 분석하고 개인 노션에 적었어요.


그런데 혼자 하면 금방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뮤직비디오에 욕심 있는 다른 동생도 초대해서 함께 아카이빙을 시작했죠. 나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싶어서 작성자 및 감상자 규칙을 정했어요. 둘 중 누군가 글을 쓰면 남은 사람은 그 사람의 글을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요.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뮤비노트’. 메모 외에, 작성 규칙 등을 정해서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그럼 지금까지 본 뮤직비디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나요?

혹시 ‘바밍타이거(Balming Tiger)’라고 아세요? 예전에 ‘쇼미’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아티스트인데, 음악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해요. 음악적인 색깔이 특이한 만큼 뮤직비디오도 정말 참신한 작품들이 많아요. 가장 최근에는 ‘up’라는 곡이 발매되었는데, 그 뮤직비디오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나중에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특이해요. 그런데 그런 특이함이 거부감보단, 오히려 더 들여다보고 싶어 져요. 아무래도 영상인들은 뻔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 때문에 이런 뮤직비디오들은 더 눈여겨보게 돼요.



구교환 배우가 출연한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 up’



바밍타이거의 뮤직비디오들은 저도 꼭 찾아볼게요. 저도 특이한 건 못 참거든요! 그만큼 참신하다는 점은 알겠어요, 그런데 어떤 점이 유독 특별하다고 느껴졌던 걸까요?

소개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금 일하고 있는 엔터 업계에서 디깅(digging)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하는 대부분 작업이 음악 영상 콘텐츠다 보니, 레퍼런스를 찾는 건 필수거든요. 사실 대부분의 뮤직비디오 컨셉은 어쩔 수 없이 겹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바밍타이거의 뮤직비디오들은 겹치는 영상이 거의 없더라고요. 구도 하나하나가 굉장히 흥미롭고, 다양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영상 밖으로 뚫고 나오는 그 아티스트들의 에너지예요. 저도 촬영을 직접 해봐서 알지만, 카메라 앞에서 액팅하는 사람들의 캐릭터를 온전히 담는 건 사실 정말 힘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넘치는 에너지를 화면 밖으로 나오게끔 하는 것도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아티스트들도 그만큼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감상하는 사람에게 압도당할 것 같다는 힘이 전달될 정도라면, 현장에서 직접 보게 되면 ‘정말 장난 아니겠다’ 싶어요.




#4

영감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그렇다면 커리어 측면에서, 주로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받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승재’라는 동생이 있어요. 01년생인데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 모습들이 많이 드러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도 항상 이 친구와 소통을 많이 하게 돼요.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별로인 점은 왜 별로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피드백이나, ‘좋아, 그럼 이렇게 해보자’라는 식으로 건설적인 대화가 많이 오고 가요. 저는 이 점이 마음에 들어서 요즘 승재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요.


함께 작업 중인 수환과 ‘승재’씨.



그러고 보니 저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영감의 원천이 꼭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어요. 영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본인의 인생에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계기가 궁금해요. 아까 중학교 2학년 때부터라고 언뜻 들었던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 당시 저는 체코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미디어와 관련된 수업 중, 과제를 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오라는 미션이었죠. 그래서 친구들이랑 팀을 결성 후 ‘우리 이거 재밌게 찍어보자’ 해서 어떤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서 찍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엔 편집 프로그램도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있던 ‘무비 메이커’ 뿐이었어요.


그걸로 상업 뮤직비디오를 따라 하려다 보니, 그 많은 컷 수를 버티질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거의 200번에서 300번 정도는 튕겨서 파일이 날아간 것 같아요. 날아가고, 또 날아가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캠코더 하나로 정말 재밌게 찍었어요. 원하는 장면을 위해 길거리에서 거지 행세도 해보고 말이죠. 그렇게 결국 과제 제출 당일이 되어 반 친구들 앞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줬는데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그때 느낀 희열과 보람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아주 확실한 계기일 수밖에 없었겠네요! 듣는 저도 신나요.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열정은 꾸준했죠?

사실 저는 원래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걱정과 더불어 외국어 장점을 살리길 원하셨고, 그렇게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하지만 잘 아시는 것처럼 저희 기숙사 규정이 정말 엄격했잖아요. 또, 이미 자고 있는 친구들을 노트북 불빛으로 방해할 수도 없으니, 문 사이로 전원을 연결해서 샤워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작업하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때에도 영상과 관련된 일은 대부분 담당한 기억이 나요. 기숙사 이야기 들으니 재밌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아까 말했듯이 샤워실에서도 작업하고, 당시 기숙사 2층 침대에서 옷들을 암막 커튼처럼 활용해서 그 속에서 밤을 새워서 작업한 기억도 나요. 혹시 클릭 소리라도 크게 날 까봐 방법을 계속 연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은 노트북 가방을 들고 움직이다 사감 선생님께 걸려서 벌점도 쌓이고 그러다 기숙사도 잠시 퇴소했죠.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 하나는 대단했네요. 주로 그렇게 밤을 새우게 한 영상이 무엇이었나요?

당시 학교에서 진행하던 ‘utv’ 영상이 가장 메인이었고, 다른 과에서 부탁한 영상도 만들 때 영혼을 쏟았어요. 특히 수능 응원 영상이 굉장했죠. 전교생이 출연했던 스케일이었고, 각 반별로 제가 돌아다니면서 반장들과 소통하면서 섭외를 부탁했어요. 이 밖에도 콘티 작업부터 촬영까지 모두 제가 맡았고요. 이건 지금 제가 생각해도 열정이 넘쳤다고 느껴요.





#5

힘들면 그만둘 거니?

아니잖아! 넌 계속하고 싶잖아!



폭풍 같은 학창 시절과 대학생활 보냈어요. 그럼 본격적인 커리어 성장을 이룬 시기는 언제인가요?

군대 입대 후, 활동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물론 군대 안에서도 공모전이나 다른 시도를 많이 했는데, 일에 대한 욕구가 완전하게 채워지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전역하자마자 눈여겨보고 있던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그동안 만든 영상과 포트폴리오를 취합해서 메일로 보내 드렸어요.


그리고 운 좋게 합격을 하고, 엔터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거죠. 규모는 작았지만, 그곳에서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물론 스타트업 창업 때에도 많이 배웠지만, 제대로 된 상업 목적의 뮤직비디오나 작업물은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이름 들으면 알 법한 유명한 아티스트와 작업도 해보며 신기하고 감회는 새로웠지만 한편으로는 ‘멋있는데 마냥 재미만 있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의 책임감도 많이 따르고, 퀄리티 검수도 필수이다 보니 적잖은 스트레스도 받았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배운 점들은 정말 많았죠. 어떻게 촬영을 하고, 어떤 워크플로우로 진행이 되고,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하며 등등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직접 부딪혀보면서 크게 성장했어요.





사전 인터뷰에 의하면, 그렇게 일하다 보니 얻은 별명이 ‘기존쎄’라고요?

사실 그전까진 크게 별명이 없다가, 이번 개인 작품을 진행하면서 들은 별명이에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거든요. 그만큼 현장에서 딜레이나 비용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또 마감 시간은 다가오는 와중에 제가 원했던 그림이 나오질 않으니 날이 많이 섰던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고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그만큼 욕심이 많이 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같이 일한 동료가, 저의 그런 기 센 순간 덕분에 어느 정도 상황 통제가 가능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워너비 별명은 ‘미친놈’이라고 하셨어요!

미친놈이라고 했던 이유는, ‘변태’의 대체 단어였어요. 왜, 어떤 사람의 작업물을 볼 때 '와 이 사람 정말 변태다!’라고 나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만큼 감각적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런 감탄사가 나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어요.



한 분야에 미치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 지 알기 때문에, 무슨 마음인 지 공감해요!

그럼, 본인만의 삶의 모토나 가치관이 있는지 궁금해요.

음, 저는 삶의 가치관이 바뀐 계기가 있어요. 군대 입대 전까진 정말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입대 후 얼마 안돼서 조바심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 당시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 지인들의 소식을 보고 있으면, 벌써 누군가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저는 자꾸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제가 거기 있는 동안 그 사람들은 계속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데, 저는 군대에서 카메라 허가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커리어 성장을 이룬 엔터 회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업무의 성장 욕구와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스스로 몰아세웠거든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고되다 보니 멘탈 관리가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첫 자취였는데 계속 혼자 있다 보니 고립되면서 우울감도 심했어요. 그래서 어떤 날은 집에 누워서 천장만 3시간 동안 보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러다 부모님과 함께 간 여행에서 제가 고백을 했죠. 자취 그만하고 싶다고요. (웃음) 그런 판단을 내렸던 이유는 그 당시로서의 저는 혼자 살기에는 준비가 덜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섞이면서 함께 생활하는 상황에 나 자신을 더 많이 노출을 시키는 점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마음고생이 심했겠어요.

그래도 그런 점을 오픈하고 가족과 소통한 점이 정말 용기 있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제 마음가짐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바로 작년에 그만둔 전 직장은 비슷한 업계의 비슷한 직무였지만, 사뭇 달랐거든요. 물론 그곳에서도 업무 특성상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제 마음 가짐이 조금 달랐어요. ‘그때에 비하면 그렇게 힘들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그냥 해야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더라고요.


군 전역 이후에는 일하면서 받은 상처 하나하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앞으로 더 힘든 날이 있는데, 이거야 뭐!’라는 단단함이 생겼어요. 요즘 표현으로 ‘T스러워진 것 같다’라고 하죠. 감정적인 판단보단 좀 더 이성적으로 많이 생각하려 해요. 그래서 머릿속에서 스스로 나누는 대화를 나열하자면 이래요. ‘힘들면 그만둘 거니? 아니잖아! 넌 계속하고 싶잖아. 그리고 이 작업을 끝낸 후 마지막에 결과를 생각했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 그러면 너 지금 달려야 해!’ 이러다 보니 중간에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금 20대 후반의 대부분은 이런 상처를 한 번쯤은 겪고 더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떠나는 젊음의 아쉬움보단, 이런 마음의 여유가 오히려 만족스러울 때도 있거든요.

잘 이겨내셨네요!

맞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요즘 제 모습은 회복 탄력성에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게 말해서, 요즘은 술 한 잔 마신 후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6

‘서른 되기 전에’라는 부사는

‘스물아홉’만의 낭만입니다.



이제는 질문도 막바지에 이르렀어요! 수환 님께 스물아홉은 어떤 의미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아요. 우선, 많은 점에서 무뎌지는 나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청춘에 가까울 때 이것저것 더 해볼 수 있는 나이라고요. 말 그대로 마지막 20대잖아요. ‘서른 되기 전에’라는 그 부사가, 오히려 29살로서는 낭만적으로 느껴져요. 그만큼 ‘우리 서른 되기 전에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무엇이든 이뤄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청춘의 낭만이 느껴지거든요.



그럼 스물아홉을 함께 보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 혹은 스물아홉을 준비하는 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사실,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건 오히려 20대 초 분들께 더 적합한 것 같아요. 왜냐면 객관적으로 사리분별도 필요한 나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마냥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듯하고, 스물아홉인 제 자신에게 하는 말에도 해당되잖아요.

그래서 정리하자면, 서른 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되,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를 잘하면서 즐기자! 정도가 좋겠어요.



담백하고 와닿네요! 마지막으로, 남은 올해는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우선 개인작품을 하나 더 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진행하면서 확실히 성장한 스스로를 느꼈고, 다음 작품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을 보완해서 한번 더 도전하고 싶고, 뮤비 노트도 조금 더 성실하게 이어 가고 싶어요. 저번 회사에서는 제 삶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미뤘던 것들을 이어서 하고 싶어요. 운동도, 작품도요!





네 번째 주인공은 무뎌지는 현실 속에서도 낭만을 잃지 않는 영상 PD 「수환」이었습니다.

스물 아홉들에게 울림​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인터뷰 주인공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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