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직장 선배로부터
뜨거운 태양이 유독 강렬한 8월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영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요즘 한국 영화에 푹 빠졌습니다. 예전엔 극장에서만 볼 수 있어서 날을 제대로 잡아야 했다면, 요즘은 여러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영화를 OTT 플랫폼에서 손쉽게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요즘은 독립영화부터 아주 오래 전의 영화까지 찾아보고 있어요. 참고로 제 최근 시청 기록에는 <씬>, <마더>, <광해>, <여고괴담>, <봄날은 간다> 그리고 <악마를 보았다>가 보이네요!
오늘은 취미로 글을 썼던 모임에서 알게 된 ‘드레 님’을 만납니다. 영화 연출 일을 하는 드레 님의 글에서는 신기하게도, 어떤 장르든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현장감이 녹아있었어요.
첫인상은 마냥 유쾌하고 재치 넘쳐 보였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은 두 눈이 반짝였습니다. 일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남달랐죠. 어느덧 경력 8년 차의 드레 님, 스물아홉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영화 현장에서 연출부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박 안드레입니다. 여러 장르를 찍고요, 영화감독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영화감독의 꿈, 간직하신 지 얼마나 되었나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2002년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이 개봉했어요.
그 당시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평소에도 정말 좋아했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지만, 흔히 고등학생이 겪는, 대학 입시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지 공부하는 게 너무 싫으니 도피성 장래 희망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지금까지도 저는 영화가 좋고, 앞으로도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결론적으로, 아직 제 꿈은 유효하답니다.
계기가 어떠하든, 꿈을 향해 늘 달려가고 있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모두 빛나는 것 같아요. 그럼, 학교 전공도 영화와 관련된 걸까요?
저는 특이하게 이공계열을 전공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전공이 영화 연출에 있어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스토리 구성과 설계부터, 더 나아가서는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 지 등등 이런 부분에서 말이죠.
맞아요. 일단 저도 비슷한 부분에서 동의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작곡을 잘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스토리 구조나 설계를 보는 측면에서 확실히 유리해요.
사실 저는 영화 관련 전공을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그 과를 전공한 사람에 비해, ‘내가 영화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현장에서는, 제가 가진 논리적인 사고가 연출에 스토리나 공간을 설계하는 데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어요.
그걸 실감을 했을 때가 있었나요?
일단 현장에서는 저는 같이 일하는 동료 스태프들과 늘 다른 측면을 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함께 대화할 때도, 영화의 구조에서 ‘여기서 나왔던 내용은 여기와 이렇게 대치되는 내용이네!’라는 화두를 먼저 꺼내는 편이죠. 그럼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풍성한 인사이트를 나누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구조적으로 흥미로운 영화를 좋아해요. <기생충>에 대해서 제가 블로그에서 분석한 글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그동안 제가 쓴 글 중에 반응이 좋았어요. (웃음)
대단한걸요? 저는 그 영화들에 대해 해석을 몇 번이나 찾아봤는데도, 아직 완전한 이해가 어렵거든요. 혹시 독자들을 위해서, 구조적으로 흥미로우면서도 추천하고 싶은 숨은 명작이 있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영화 중 <메멘토>를 추천하고 싶어요. <인셉션>을 재밌게 보셨다면 충분히 흥미로우실 겁니다.
놀란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유독 ‘시간’을 다룬 소재가 많아요. <메멘토>도 그래요. 시간에 대해 직설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결국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의 시간은 곧 기억이다’라는 걸 알 수 있죠.
어렵고 철학적인 주제네요. 저도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물리와 우주 등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면서도 결국 가족 이야기도 풀어냈다는 점에서 감독님이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했을까 싶었어요.
저는 ‘진짜 영화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이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놀란 감독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에 대한 ‘덕질’과 동시에 자신만의 감성과 감정까지 더했어요. 이 점이 정말 대단한 거죠. 관객들이 과학적 이해가 부족해도, 결국 ‘감동’을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사유하게 만든 거죠. 인간적인 요소 없이 오직 과학적 근거와 사실만이 가득한 영화였다면 훌륭한 작품임에도 다수의 관객이 많이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이건 잠깐 논외일 수도 있는데요, ‘상업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해졌어요. 제 생각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는 서로 반대 개념은 아니에요. ‘결’과 ‘취향’의 차이라고 느껴지는데, 드레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음식에 비유하면 쉬워요. 예를 들어서 독립영화를 사람들의 취향을 많이 타는 ‘평양냉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열댓 명이 모인 자리에서 ‘평양냉면 먹자’라고 말하면 분명 일부는 좋아하고, 일부는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평양냉면’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죠. 다수의 취향 혹은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입맛에 맞으면 그건 맛있는 음식인 거예요.
독립영화가 이런 겁니다. ‘어떤 것에도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생각한 영화를 만든다’는 개념이죠. 다만 슬픈 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점점 독립영화만의 고유한 색깔이 없어지고 있다고 느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렇다고 느껴지나요?
정말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제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독립영화 중에서 극단적인 정치적 성향을 띤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극좌든, 극우든 상관없습니다. 영화적으로 훌륭하면 된 거죠.
또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대기업이나 기득권자를 찬양하는 영화가 개봉해도, 저는 인정하면서 볼 것 같아요. 독립영화잖아요. 그만큼 독창적이고 훌륭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결국 그게 진정한 다양성이죠. 흥행의 여부를 떠나, 그런 주제로 만든 것 자체에 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유니크한 특성이 독립영화만의 매력인데 이제는 이 안에서도 어느 정도 상업성을 고려하게 된 거죠. 그 상업적인 니즈에 모든 요소를 맞추게 되면 결국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게 되어요,
아하, 어떤 점인지 조금은 와닿습니다. 그런 점이 느껴질 때마다 드레 님은 많이 아쉽겠어요.
정말 아쉽죠.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서 창의성이 말라가는 건, 결국 독립영화의 창의성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 원인에는 ‘우리나라 문학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문학을 레퍼런스 삼아야 하는데, 최근 들어 반대인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 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글’ 자체로부터 시작되는 영화가 줄어들었다는 현시점이 아쉬울 뿐이에요.
‘문학이 고갈된 시대’라는 점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드레 님 말을 들으니 조금은 체감됩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감성에 충실하면 귀를 기울이기보단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먼저 나오곤 하죠.
그래서 이제 ‘독립영화냐 상업영화냐’에 대한 고민은 아주 무의미해졌고,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왜 이렇게 고갈되었는가?’’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지독한 한국 영화의 팬이기도 하니까요.
아쉽지만, 이렇게 되기까진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약간은 깊은 질문이 될 수 있는데요, 영화에 몸담고 있는 직업인으로서 왜 영화가 계속 존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메시지를 전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비슷한 예술로는 음악이나 글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왜 영화는 꼭 살아남아야 할까요?
저는 한 철학자가 했던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도’와 ‘레’ 사이에서 어떤 철학을 발견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이었죠.
영화의 몽타주라는 것도, 하나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가 다음 이미지로 이어졌을 때 만들어내는 의미가 굉장히 크거든요. 거기에 음향이 입혀지고 배우의 연기가 입혀지면서 점점 완성되어 가죠. 그만큼 영화는 ‘복합장르’의 예술이거든요.
아직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 편집 등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가야 하는 매체는 영화가 가장 ‘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이 작품이 ‘연극’과는 왜 다른지, ‘소설’과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웹툰’과는 또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등을 고민합니다.
그만큼 같은 예술 장르 안에서, 이렇게 복합적 요소가 섞여 있는 영화만이 던질 수 있는 메시지와 힘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드레 님은 스물여섯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했어요, 이제 10년 차에 가까워졌군요. 아무리 영화를 좋아한다 한들, 일터에서 마주하면 또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드레 님은 20대를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저는 공교롭게도 광고 회사에서 먼저 일을 시작했어요. 영화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죠. 당시 졸업한 직후였는데, 일주일 동안 10시간 남짓 잤던 것 같아요. 주말도 없었고 매일 밤을 새웠어요.
그 회사 입사 첫날, 선배가 의문의 방으로 안내하더니 침대를 보여주더라고요. ‘여기가 이제 네 집이야, 하하’라고 하셨는데, 농담인 줄 알았지만 진짜였어요. (웃음)
그렇지만 그때는 ‘그냥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렇게 버텨내던 중, ‘영화 업계는 그래도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똑같이 일하다 죽느니 차라리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죽는 점이 마음 편할 것 같아서 옮겼는데 다행히 저와 너무 잘 맞았어요. 역시나 영화가 천직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견뎌내면서, 나만의 직장 생활 노하우도 생겼나요? 힘든 조건에서도 드레 님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간단해요.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저는 후회를 한 적도 없어요. 힘들었던 과거로 돌아가라고 해도, 오히려 더 빨리 영화 일을 시작하고 싶을 뿐이죠.
그만큼 제가 좋아하고, 제게 잘 맞는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해요. 앞으로도 이걸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일을 계속해야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놓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회생활’에 정말 힘썼습니다.
예를 들어, 연출부 일을 하면서 정말 중요한 건 소통할 때 상대방의 니즈를 빠르게 캐치해서 해결하는 점이 중요해요. 비록 그 순간에는 제가 내키진 않더라도, 그 상황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건네거나 그러한 분위기를 형성해 주면서 제가 원하는 바도 전달하면 훨씬 수월해지죠.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늘 예의주시 하고 있어야 하고, 빠르게 알아차릴수록 좋습니다. 이런 부분이 제가 체득하게 된 나름의 사회생활 노하우였어요.
조금 더 나아가자면, 내가 처한 상황과 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말로 들려요.
맞아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포지션 바로 위 단계 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연출에 빗대자면, 미술 담당도 있고, 인물 담당도 있고, 그 위에는 조 감독이 있어요. 막내가 주로 미술 담당을 맡지만, 평생 그 일을 하진 않아요. 언제 어떻게 다른 일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즉,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곧잘 해낼 줄 알아야 하는 거죠. ‘훗날 내가 저 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해야지’ 또는 ‘아, 저 선배는 저렇게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구나!’ 자세로 부지런히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만 안주하면, 나도 모르게 매몰되고, 나중에 기회가 주어져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기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네요. 멋집니다. 그나저나 드레 님은 어느덧 누군가의 ‘상사’에 더 가까운 직급일 텐데요, 요즘 들어 느끼는 어려운 점이 있나요?
음, 말씀 주신대로 이젠 점점 후배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 윗사람보다 오히려 더 섬세하게 신경 쓸 점이 많더라고요. 상사나 선배와의 관계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대들면 끝났지만, 혹여나 후배나 동생들에겐 제가 상처를 줄까 봐 굉장히 조심하게 돼요.
그래도 이렇게 배려하는 모습 자체가 좋은 선배 아닐까요?
그래도 꼰대는 맞아요.
단지 노력하는 꼰대일 뿐이죠.
요즘 직장에서 만난 신입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해주고 있나요? 많은 조언이 있지만, 제가 가장 공감되었던 말은 ‘나의 업적은 현명하게 티 내라’ 였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이 말, 제가 후배들한테 매번 이야기합니다. 정말 중요해요. 조용히‘만’ 일하면 슬프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거든요.
저는 그래서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업적이면 온 세상에 퍼뜨리라고 합니다. 저희 팀에 막내가 오면, 제가 그 후배에게 3개 정도의 미션을 줍니다. 그리고 그 3가지 미션을 통해 명확히 어떻게 팀에 기여했는지 이력서에 쓰라고 알려주죠. 예를 들어, 단순히 ‘보조’보다는 ‘인물 보조를 통해 00에 기여했고, 00 업무 경험이 있음’이라고 하는 점이 훨씬 와닿지 않나요?
요즘은 이렇게 스스로 뭔가를 더 보여주기 위해 계기를 만들고, 쇼잉을 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내가 주체가 되어 자꾸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후배들과 일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 있나요?
최근 촬영 현장에서 00년생부터 02년생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어요. 식사 시간이 돼서, 저는 선배들과 밥을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 멀리서 그 후배들이 저희 쪽 테이블을 계속 보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보는지 궁금해서 나중에 물어보니까, ‘아저씨들이 먹는 게 원래 맛있다.’라며 저희 메뉴를 계속 봤던 거예요. (웃음)
그러고 보니 저도 한 때 아저씨들의 메뉴를 따라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맞아, 그땐 나도 저 테이블에 있었구나.’ 하고요. 저도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좋은 아저씨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주 좋은 아저씨가 돼서 좋은 본보기가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 [직장인 테마]의 주인공으로서 스물아홉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 부탁해요!
멋있는 말을 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경제가 힘들어질수록 은과 금 등 ‘스테이블한’ 자산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요… (웃음) 농담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께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하면 최적화시킬 수 있는지에 미리 고민해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최적화된 삶’이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요?
추상적인 업적을 달성하자는 의미보단, 당장 내가 컨트롤 가능한 요소를 최적화시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친구를 만나는 횟수, 그리고 이럴 땐 여행을 꼭 가겠다’처럼 내가 가진 한정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가장 최적화된 삶을 어떻게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20대 때는 이런 고민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나갑니다. 다만 30대에 들어서면 약간은 달라져요. 체력도, 돈도, 내가 가진 자원들이 예전 같지 않죠. 이때 내 삶을 최적화시켜 주지 않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그런 고갈된 내 자원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저는 요즘 영화든, 취미든 내가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분야가 생겨도 그동안 내가 살아온 불규칙한 삶과 바닥난 자원이 새로운 도전을 못 하게 막거나 집중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거든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내고, 무엇을 했을 때 기쁜지, 어떤 걸 겪었을 때 기분이 나쁘고 힘든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관계가 어려운지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해서 30대 때는 좀 더 윤택한 삶을 살길 바라요.
최적화된 삶이라는 말이 정말 좋은 표현이에요.
혹시 그러면, 앞에 은이나 금 이야기는 빼줄 수 있나요? ‘최적화된 삶’ 멘트만 남기는 게 더 멋있어 보여요.
(웃음) 고민해 볼게요. 그래도 유쾌해 보여서 넣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하하. 그런데 저도 아까 인터뷰를 거쳐 간 여러 사람의 말에 동의해요. 인터뷰를 통해 제 생각이 정리가 되네요. 결국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요했던 건, 제 삶을 최적화하는 거였어요!
아홉 번째 주인공은 유쾌한 일잘러 「드레」 님이었습니다.
8월 16일, ‘인천독립영화제’에서 오후 7시에 드레 님의 작품 <런드라이>가 상영된다고 해요! 이번 글을 통해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면, 금요일 여름밤을 낭만적인 영화제로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요?
스물 아홉들에게 울림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인터뷰 주인공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