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서른’을 잘 맞이했답니다.

by 수현


스물아홉,

슬기롭게!

2024년,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맞이하는 29세는 유독 서러운데, 아직 30대를 맞이할 조건적인 준비는 안 되었지만 마냥 어리광을 피우기엔 조금 징그럽다는 이유가 붙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괜히 나도 누군가를 보면 그게 정답처럼 보이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이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을 조급함이라는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스물아홉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기획하게 된 것이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스물아홉들에게 바칩니다’. 마침, 나는 김지수 작가님의 <위대한 대화> 책에 푹 빠져 있었고, 인터뷰를 통해 통찰력을 얻고 자기 삶에 녹이는 점이 존경스러웠다. 비록 책에 등장하는 ‘이어령’, ‘밀라 논나’와 같은 위대한 인물은 아니지만, 내 주위엔 충분히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멋진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지인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프로젝트에 담긴 취지와 진심이 닿지 않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꾸준하게 활동한 브런치가 인터뷰를 설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글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성실함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이 모두에게 약속했다. 비록 우리는 평범하지만, 당신만이 가진 철학을 잘 정돈하여 두고두고 볼 수 있는 한 편의 작품으로 남기겠노라고.



험난한

초보 인터뷰어의 길

직장과 병행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 추상적으로 흘려보내는 주제를 대상에 따라 구체화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나는 대면 인터뷰를 고집했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는 녹음본을 다시 들으며 원고를 정리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원고 정리가 끝나면 중간 점검을 위해 초안을 인터뷰이에게 전달했다. 대략 2주에서 3주가 걸리는 일정이었다.


생각지 못한 난관에 봉착한 적도 있다. 솔직하고 개성 있다고 느꼈던 답변이, 인터뷰이는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혹은 인터뷰이가 속한 업계와 관련된 민감한 주제가 포함되면 조심스럽게 삭제를 요청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몇 번의 인터뷰를 거듭하여 방향을 잘 잡아 나갈 수 있었다. '과연 모두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질문인 것인가, 나도 모르게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자체적인 점검을 지속했고 피드백을 거쳐 모두의 간지러움을 긁어주면서도 인터뷰이가 건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나'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나다

마지막 인터뷰이는 아버지였는데, 가장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살면서 아버지가 꺼내는 이야기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인터뷰 요청 당시만 해도 무슨 내가 인터뷰냐며 손사래 쳤지만, 성심성의껏 임했고 딸인 나를 비롯해 우리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전했다.


‘마음만 먹으면 다 해냈던 69년생들의 20대처럼, 패기와 기쁨을 다시 찾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그런 인생의 봄날은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으니까 좌절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지내면 좋겠어.’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을 발행 후 달력을 보니 11월이었다. 약 1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정이었다.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참여해 준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해준 말이 있었다. ‘나에게 이런 생각이나 자아가 있는지 전혀 몰랐어. 그런데 이렇게 한 편의 글로 나를 찾고, 정의하게 된 것 같아서 기뻐.’ 처음엔 내가 도움을 얻고자 기획한 인터뷰였는데, 결과적으로 모두가 함께 ‘나’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나는 내 글을 통해 사람들이 잠시 숨 돌릴 틈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뷰이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찾는 인터뷰 글들이 있다. 덕분에 나는 내면의 기준이 단단한 서른 살이 되었고, 여전히 브런치에서 글로 내 마음과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 중이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생겼고, 글로 진심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로서 첫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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