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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금금 Jun 19. 2024

격렬하게 일상을 쓰는 이유는

'이런 글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라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일들이 많다. 유명 작가도 아닌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사람들이 많을까 의문을 갖는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이유는 함께 글을 쓰는 글동무가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성적표처럼 받아 드는 조회수가 내 글을 평가하는 것만 같아서 저조한 성적에 글이 쓰기 싫어지다가도 함께 글을 쓰며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이 있어서 오늘도 타자를 두드린다.


3년째 브런치 스토리를 하면서 조회수가 많이 나올 때도 있었다. 음식과 관련한 독특한 일상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다음 메인 화면에 나오는 날이면 한 두 자리를 맴돌던 조회수 그래프가 떡상하듯이 솟구치곤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재가 좋아서 맞아 들었던 행운이 계속 이어질 리 만무하다. 다시 제자리를 맴도는 수치에 일희일비를 반복하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타자를 두드리는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은 글동무들과 일주일에 한 번식 글을 쓰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에 글을 발생하기로 약속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일주일에 두 번 발행한 적도 있고 수요일을 놓쳤어도 일주일에 글 한 편 발행하는 일을 놓친 적은 없었다. 매주 글을 발행하는 나에게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하는 일인데 칭찬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싶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말할 힌트를 <매일의 감탄력>에서 얻었다.


책에서 작가는 '목요일의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내뱉고 보기의 기술'을 실천하는 김규림 작가는 매주 목요일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작가 또한 힘들어서 일요일에 겨우 글을 올리는 일도 있지만 어쨌든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자존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글을 쓰면서 뭐라도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까지 나와 같았다. 그런 헛된 마음정도 품을 수 있는 것이니까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한 것에 몹쓸 공감력이 상승했다. 더불어 자신 있게 꾸준하게 하고 있는 일에 '글동무들과 일주일에 글 한 편 쓰고 있다'라고 꾸준함을 내비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위축되는 한 가지는 '주제'에 관한 것이다. '일상'밖에 소재가 되지 않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올해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출판사에 출간 계획서를 제안하는 것이다. 내 욕심에 갈겨쓴 글로 나무에게 미안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되자 평범한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가족의 일상을 소설의 소재로 쓰기 시작한 '조'는 자신감이 없다.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신변잡기에 누가 관심이나 갖겠냐는 마음이다. "글은 중요성을 반영할 뿐 부여하진 않는다"라고 말하는 '조'는 중요한 내용만이 글로 쓰여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조'에게 '에이미'는 반론한다. 중요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때문에 더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조'의 말을 들으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 익숙해져 버린 것에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고, 이토록 평범한 이야기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의문스럽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것은 자신에게만 익숙할 뿐 타인에게는 전혀 새로울 수 있다. 자신에게 당연해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오히려 자신이 가진 제일 빛나는 자산일 수도 있다. - 김규림 <매일의 감탄력>


홀로 불행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잡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일수록, 남들처럼 행복해지려 애쓰기보다 마음의 균열을 메우고 일상을 정돈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 이기주 <보편의 단어>


일기는 하루를 두 번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일기를 쓰고 있지만 일기보다 더 많이 하루를 곱씩을 수 있는 것이 에세이 쓰기다. 단편적인 기억들을 이어 늘어 뜨리며 빠진 조각들을 끼어 맞추며 하나의 완성된 글로 실의 매듭을 지어간다. 마침표를 찍으며 도달한 생각의 끝이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반짝이는 조각들로 빛나는 순간이 되면 평범함 속에서도 감탄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탄보다 남들과 비교를 하며 우울의 나락을 빠지는 경우들이 있다. 일상의 글쓰기는 낭떠러지 앞에서 내려지는 동아줄처럼 손아귀로 내려온다. 힘든 수렁의 끝에서 이만하면 평범한 일상도 나쁘지 않다고 오히려 좋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도록 방향키를 돌려준다.


그러므로 김규림 작가의 <매일의 감탄력>에서 말한 것처럼 쓰면서 부여되는 특별함을 느끼며 격렬하게 기록할 것이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숨겨진 진리와 비밀을 찾아나가는 탐험가처럼 오늘도 읽고 쓰며 더 나아가는 내가 되련다. 그러다 진짜 작가로 책을 내면 땡큐고.


<매일의 감탄력>을 읽고 다시 시작한 격렬한 일상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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