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CEO?

평생 월급만 받고 싶던 내가 갑자기 사업자라니?

by 아나스타시아

앞선 글에도 말했었지만, 나는 리스크 테이커와는 정 반대의 사람이다.

내 돈 100원도 잃는 게 불안해 안정적인 월급쟁이 시절에도 주변인들이 다 한 번쯤 주식을 할 때, 나 홀로 받으나 마나 티도 안 날 저금리 적금과 늦었지만 혹시 몰라 전셋집을 구하면서 주택청약만 들었다.


그게 나란 사람이다. 극도로 방어적인 사람. 잽이 들어올 것 같으면 애당초 링 위에 올라서지 않는 사람.

그런 내가 갑자기 사업자 등록증이 생겼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친구의 고마운 배려로 (또 다행히 과거 이력이 없진 않아) 뉴스레터 제작을 하게 되었다. 콩이 사료값에나 보태 쓰라며 무심한 듯 계속 신경 써준 친구. 돈도 돈이지만 나에게 '언닌 아직 뭐라도 할 수 있어. 지금 실패하고 있는 것들이 다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렇게 제작을 마치고 제작비를 받기 위해 졸지에 간이 사업자가 되었다. 심지어 전셋집 주소지로 사업장을 내면 매번 너무 절차가 복잡해 포항의 본가로 사업장 주소지가 설정되어 있다. 2년 반 퇴사 직전까지 고통을 받는 동안 항상 "좋은 아침이야 언니. 오늘은 퇴사했어?" 라며 1일 1 사직을 묻던 친구는 이렇게 나에게 묵묵하게 힘을 주었고, 나는 정말 졸지에 생각지도 못한 어중이떠중이 CEO가 되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면 뭘로 등록을 해야 좋을까? 업종은 뭘로 해야 할까?


고심 끝에 주 업종은 그래도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몸담았고 좋아했던 홍보기획·컨설팅과 부업종으로 소매업을 넣어두었다. 정부에 있으면서 차마 하지 못하고 나왔던 것들, 또 퇴직 후에도 찾아 주셔서 진행을 하진 못했지만 해보고 싶었던 기획 아이디어들. 그것들을 언젠가는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그리고 내심 포토샵으로 친구 아가의 100일 선물로 동화책을 그려주면서 느꼈던 간만의 즐거움을 계기로 앞으로 동화든, 내 나름의 컷툰이든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준비가 되지 않아 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쑥스럽지만 1인 사업자가 되었다.

(대표 1인에 실장 1인인 지금 회사도 회산데, 나라고 CEO라는 말 못 붙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아직은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큰돈 드는 거 아니니까 상장처럼 이 종이 한 장 갖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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