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운이고, 연이다
사실 이렇게 많은 일이 있으면서도 종종 리크루트 사이트를 보며 내가 할만한 건 없는지,
또 이 정도면 동일 업종은 아니라도 경력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지원을 해보기도 한다.
(아직까지 많이 내보진 않았고 죄다 서류 탈락 밖에 없었지만.)
'면접 볼 기회만 한 번 주셔도 정말 재밌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단 걸 보여드릴 수 있는데, 그러기엔 내가 아직 부족한가 보다. 아니면 내가 그곳과 맞지 않나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속이 좀 쓰린 건 어쩔 수 없다. 거절은 역시 무안하니까.
사실 심지어 가장 기다리고 있는 곳은 끝났는지 진행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올해 2월에 지원, 코로나로-19로 인한 무기한 연기 공지 이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재직 시절 내가 맡은 사업 중 인턴 사업도 함께 운영을 했었다.
정말 "요즘"친구들은 너무 대단해서 내가 되려 그 친구들한테 면접을 당해야 마땅할 정도다. 이런 친구들이 정장을 입고 뭣도 아닌 이 일에 덜덜 떨면서 본인의 포부와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마음이 참 멜랑꼴리 했다.
인턴사업은 대학 연계 사업이다 보니 꽤나 구체적이라, 주기적으로 친구들과 필수 프로그램인 멘토링의 시간을 가졌었다. 부족한 내가 멘토가 되어줄 순 없었고, 안부를 묻는다거나 업무를 하면서 경우에 따라서 어떤 길이 쉬운 길인지 정도만 알려주다 항상 마지막을 하루, 이틀 앞둔 날 나 같은 인간도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멘토링을 마무리했다.
그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사실 4년제 대학 나온 친구들 스펙이 뭐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냐. 스펙은 고만고만하다. 어쩔 때는 오버스펙이라 부담스러워 못 뽑기도 하고, 어쩔 땐 다 뽑고 싶은데 정말 그냥 자리가 없어 그나마 성격이나 분위기가 조금 더 맞는 친구를 선발하는 게 전부다. 결국 스펙이 대단하다고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고, 스펙이 약간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안될 일도 아니다. 당신들은 노동시장에서 공급자다. 그것도 아주 고급 인력이다. 당신들 같은 인재를 놓치면 수요자인 회사가 아쉬운 것 아니냐. 도도하게. 당당하게. 굴어라. 그리고 설령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불안함에 굴복하고 '아무거나' 하지 말라."였다.
그 생리를 너무나 잘 아는 내가, 면접 자이기도, 면접관이기도 했던 내가 불안함에 떨고 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해봤고, 긴 기다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내 미래를 두려워하고 1분 1초의 기다림도 겁이나기만 한다.
살아가며 순간들 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연이라는 이름에 빛을 잃었는지 믿기 힘든 작은 기적들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꼭 운명처럼 우리는 놓여 있었던 거죠
- 성시경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결국은 운이고, 기다림이고, 연이 닿는 모든 단계가 취업이지 않을까 싶다.
마치 연애처럼. 누군가를 알게 되고, 내 소개를 하고, 잘 맞으면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맞지 않으면 헤어지고, 아니면 그 분야에서 결실을 맺듯이.
지금도 내 소원을 들어줄 지니를 기다리며, 또 내가 가고 싶어 하던 곳의 소식을 기다리며,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진짜 나를 이끌어낼 내 외침을 기다리며 불안을 잠재우고 나의 때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