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프레스투어를 계획하고 이듬해 (특히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재미있는 소재가 넘쳐난다.) 월별 외신 포럼과 기타 행사들을 무얼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코로나가 우리를 뒤덮었다.
모든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었고, 아무것도 진행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꼭 필요한 것이 있었다면 바로 한국 코로나의 현황을 알려주는 브리핑이었다. 영문 보도자료는 국문보다 늦어 항상 어시스턴트, 스트링거에 의존한 외신기자들은 국내 상황을 취재하기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출입기자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보니 원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심지어 영어로 질문까지 하니 첩첩산중이었지) 받을 기회가 없었다.
*이 부분은 외신의 특수성이 많이 반영된 부분이라 깊은 사정을 알고 나면 어쩔 수가 없다. 결코 외신이 게을러서 각 부처에 관심이 없다가 필요할 때만 찾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조금이라도 코로나의 장기화로 더 바빠지기 전에 질병관리청-보건복지부-외신지원센터 담당자(나)의 핫라인을 만들어 1일 1회 외신들의 질문을 모두 취합·전달해서 다시 외신들에게 답변을 제공하여 외신들의 오보나 섣부른 보도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었다. (메르스때 보건복지부와 함께 일했던 내공을 이런 식의 뉴스 때문에 다시 사용한다는 게 마음 아프긴 했지만)
*잠깐 외람된 이야기를 하자면,
물론 훗날 청와대 비서관실에서는 네가 뭔데 PG(Press Guideline)을 정하냐고 잘한다 잘한다했더니 선을 모른다며 노~발대발을 하셨다. 참 그런 의미에서 그 비서관실 분들에게 나는 나올 때 까지도 뭐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 사람이었구나. 외신에 익숙지 않은 복지부에는 매체 정보와 인터뷰 개요를 정리해서 보내주고, 중대본에서는 따로 양식 준비도 필요 없이 중요한 인터뷰를 놓치지 않고, 바쁠수록 효율적으로 시스템은 돌아가야 하는 게 마땅한 게 아닌가? 일개 계약직인 내가 감히 PG를 어떻게 정하겠나? 나를 과대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해야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국장님은 술 쳐 먹고 PG 정했냐는 소리는 안 하시더라.
그리고 과장님께 보고를 드렸다. 이왕 할거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정보에 목마른 외신들에게 단순 우수 방역이 아닌 국제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국경 봉쇄 없이(이 부분은 내 사견과 충돌하지만) 이토록 관리가 잘 되고 있고 한 번쯤 정면돌파로 한국의 상황을 '까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그러자 과장님께서는 "이거 OO 씨가 저지른 거야?!"라고 하시며 흔쾌히 멍석을 깔아주셨다.
게임은 지금부터였다. 외신들이 궁금해할 만한 모든 관계자를 모셔야 했다. 김강립 (당시) 복지부 차관님, 외교부 차관님, 질병관리청, 식약처, 민간 전문가까지 라인업을 시켰다.
그 후 사회적 거리두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기 위해 센터 구조와 취재실 구조 변경을 감행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물론 시작 전 많은 기자분들께 이런 상황에서 밀집된 브리핑을 한다는 것은 '핵폭탄'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원래는 기자들을 데리고 세종시까지 내려갈 요량이었다.)에 주말 철야까지 준비하는 피곤함도 감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두 시간의 콤팩트하고 임팩트 있는 브리핑으로 향후 비상주 외신들 역시 객관적 자료를 얻게 되어 고맙다며 인사가 왔다.
다행히 나라님 계신 곳도 마음에 들었는지 일제히 SNS 채널들에 브리핑을 편집하여 올렸고 (https://www.instagram.com/tv/CC2vfYFp4MF/?utm_source=ig_web_copy_link) 역대 청와대 영상 중 최고의 누적 시청자 수와 긍정 반응을 끌어내었다.
그 누구도 내가 생각해낸 거라 칭찬해주지 않아도 좋았다. 잘 넘긴 것, 잘 챙긴 것, 그리고 오보를 내 손으로 줄여나갔다는 기쁨에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