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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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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Feb 05. 2024

순애(殉愛/純愛)

FIN

FIN.

그래서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했다는 거야.

그리고 이만큼. 누날지, 동생일지, 친굴지. 이름은 무얼지 아무것도 모를 당신을.

이 글은, 당신에 대한 깊숙한 갈증이고, 저주였어.

어디서부터 저주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던, 네가 할퀴고 지나갔던 곳들을 하나 둘 훑어보기로 했지.

내 혐오의 방향성은 오로지 한곳을 향했어야 했으니까.

오늘은 밀린 빨래를 했어.

빨래가 다 말라갈 때쯤이면, 얼추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결정할 수 있겠거니 했거든. 세탁기에 빨래를 몽땅 털어 넣고, 볼펜 한 자루랑 깨끗한 종이 한 장을 두고 책상 위에 앉았지.

앉으니까 배가 고프더라고.

네가 싫어하는 타코야키를 시켰어.

내가 저번에 말했던 타코야키 집이 저번달에 이쪽으로 이사를 왔거든. 아마 돈을 많이 버셨나봐.

타코야키를 먹을 땐, 이 맛있는 걸 왜 넌 싫어할까 했어. 너한텐 타코야키가 뭉친 찰흙 덩어리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하면서 말이야.

그럼 내가 너한테 줬던 마음도 그랬을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내 저주는 완벽히 실패야.

타코야키를 몽땅 다 먹고 나서도, 세탁기를 꽉 채울 만큼 많았던 빨래가 다 말랐을 때도, 도무지 아무것도 모르겠던걸.

내가 널 사랑했던 것도,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설령 네가 날 사랑했더라도. 이게 우리의 엔딩인가 보다.

그래 그냥 그런 거지, 그래 그냥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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