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5.
고등학교 입학 직전에 엄마는 연애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 집에 가는 몇 주 동안 사랑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나에게 이해시켜주려 애썼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지. 엄마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제일 먼저한 결심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심의 대상이 지원이었다.
그게 지원이었던 이유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하필이면 나는 개학 첫날 3분단 맨 뒤 쪽에 앉아있었고4분단 맨 앞줄엔 머리색이 특이한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머리카락을 따라가 움직인 시선이 허리까지 이어질 정도로 머리가 길었었는데, 나는 하찮게도 거기에 반해버렸다. 이름도, 얼굴도 보지 못한 여자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