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12.
-봐, 안 늦었지?
-그렇네.
-주문했어?
-응, 방금. 10분 정도 걸린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졌지.
-꽤 유명해졌나봐. 가격도 올랐어.
-하긴 맛에 비해서 사람이 없긴 했어.
-그건 그래.
-향수 바꿨어?
-응, 쓰던 거 다 써서 한 번 바꿔봤어. 어때?
-전 게 더 낫다.
-흥
-아, 교자는 시켰어?
-시켰지.
-으, 추워.
-옷을 그렇게 입으니까 춥지.
-일기예보에서는 이렇게까지 춥다고 안 했어
-하긴 갑자기 추워지긴 했어.
-잘 지냈어?
지원이 물을 따랐다. 컵에서 김이 올라왔다.
-여긴 다 좋은데, 물을 왜 따뜻하게 주지.
-이거 마셔. 아까 따른 거라, 얘는 다 식었어.
조용히 물을 홀짝거렸다. 그동안 나는 잘 지냈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나는 잘 지냈었나? 별일은 없었지. 해야 할 일도 잘 하고 있었고, 부모님도 건강하셨고. 라멘이 나왔다. 지원이와 나는 항상 이 가게에서 쇼유라멘을 먹는다. 나는 차슈를 추가해서 먹고, 지원이는 라멘을 반쯤 먹었을 때 육수를 리필한다. 라멘을 다 먹으면 둘이서 교자를 나눠 먹는다.
-양이 좀 늘었는데?
-그러게. 다 못 먹겠네.
-그냥 그랬어. 아까 물어본 거 답을 못 한 거 같아서.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