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04 명동예술극장
« Pièce de troupe, écrite non pas pour la Cour mais pour le peuple », elle est créée en 1671 au Palais-Royal pendant une période de travaux. Molière souhaite alors se libérer des contraintes des comédies-ballets et des comédies à machines et revient au « théâtre pur », offrant au metteur en scène d’aujourd’hui une grande liberté d’action.
“궁정이 아니라 민중을 위한 극단 작품”으로 1671년 (*몰리에르 극단이) 팔레 루아얄에서 일하던 시기에 제작되었습니다. 몰리에르는 코미디 발레와 기계 코미디의 제약에서 해방되어 오늘날의 연출가에게 내용 전개상 많은 자유를 제공하는 “순수한 연극”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https://www.comedie-francaise.fr/fr/evenements/les-fourberies-de-scapin2122#
몰리에르는 고대 로마 희극작가 테렌티우스의 희극과 이탈리아의 즉흥극 ‘코미디아 델 아르테’ 방식(우리나라 ‘마당놀이’처럼 배우 중심의 희극)을 고수하며 민중과 눈높이를 맞춘다. 거창한 주제의식보다는 단순하지만 솔직한 고백과 엄숙주의에 대한 도전이 숨어 있다. 스카팽도 이탈리아 즉흥극의 고정 캐릭터 ‘스카르피노’의 이름을 그대로 따른다.
<인간 혐오자>나 <타르튀프> 같은 극을 생각하고 <스카팽>을 보러 가면 조금 당황할 수 있다. 이번 공연 관람 후 이 작품이 왜 17세기 프랑스의 고상한 비평가들 입맛에 안 맞았는지 납득이 갔다. 아쉽게도 나 역시 이 극이 별로 취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입가에 미소를 건 채로 보다가 중간중간 실없이 웃었고,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섬세한 연출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위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 연말에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 주변에 많이 추천하고 싶다. 몰리에르가 각종 제약에서 벗어난 “순수한 연극”을 추구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말 보고 나오면서 연극이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나는 사실 희극보다는 비극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희극이 싫은 건 절대 아니고 잘 보지만 이번 공연은 개그코드가 좀 안 맞았다. ㅠㅠㅋㅋ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몰리에르 작품은 <인간 혐오자>인데(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몰리에르의 최고작으로 많이 회자된다), 솔직히 희극치곤 심각하고 별로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내 취향이다. ㅋㅋㅋ
희극은 무조건 빵빵 터지고 웃겨야 할까? 희극을 연출할 땐 항상 텍스트의 희극성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걸까? 개인적으로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 비극도 웃기게 연출할 수 있고 몰리에르 희극도 진지하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연출한다고 해도 셰익스피어 비극에 담긴 근본적 비극성이 무시될 수는 없으며 몰리에르 희극에 담긴 재치와 풍자가 홀연히 사라지진 않는다. 극작가로서 몰리에르는 일관적으로 ‘뼈 있는’ 웃음을 자아내며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 몰리에르는 희극 장르에서 일찍이 그 누구도 확장시키지 못했던 독창적인 차원을 만들어낸다. 장르간의 위계가 명확한 프랑스 17세기에 코미디는 비극에 비해 열등한 장르였다. 그러나 몰리에르가 라신과 함께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은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의 본질인 ‘엄밀한 형식 속에서 인간 본성의 탐구’를 열등한 장르 코미디를 통해서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북 p.21 조만수 연극평론가 겸 충북대 교수의 「몰리에르와 함께 웃기」中
관객마다 몰리에르의 극에 기대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희극의 대가라는 명성이 있는 만큼 일단 뭐가 됐든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극을 원할 수도 있고, 유머보다는 몰리에르가 작품 속에 풍자적으로 녹여낸 예리한 통찰과 치밀한 심리 묘사에 주안점을 두고 감상하길 원할 수도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관객은 특히 국립극단의 이번 <스카팽> 공연을 매우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을 테니 강력 추천한다. 요즘처럼 살기 팍팍하고 걱정거리가 많아 쉽게 지치는 시대에 조금이나마 세상만사 내려놓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공연은 충분히 보러 갈 가치가 있다. 프로그램북 각색·연출의 글에 따르면 <스카팽>이 국립극단의 유일한 희극 레퍼토리라는데 앞으로 다른 희극 작품들도 많이 기획되면 좋겠다. (<수전노> 할 생각 없으신가요…? ㅋㅋ)
임도완 연출가는 몰리에르의 희곡 『스카팽의 간계』를 현대적으로 로컬라이징했다. 참신하다고 생각한 연출이 여럿 있었다. 극중극의 형식을 취해 몰리에르를 인물로 등장시키고 대사에 시의성을 반영한 점, 음악적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해 몰입감을 높인 점, 슬랩스틱과 러닝개그로 희극성을 강조한 점 등등 호불호를 떠나 극을 구성하며 얼마나 성실히 많은 고민을 했는지 엿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이번 <스카팽> 공연은 배우들의 저력을 크게 체감한 무대였다. 와 연습하느라 진짜 고생했겠다… 생각이 들 만큼 거의 대부분의 출연진에게 매 장면 많은 기량이 요구되었는데 다들 힘든 기색도 없이 타이밍 딱딱 맞춰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 어떤 극이든, 어떤 배역을 맡든 배우에게 쉽고 단순한 연기란 없겠지만 희극 연기는 특히 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다(사람들을 웃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ㅠㅠ) 즉흥성(관객과의 소통, 애드리브 등)과 극 전개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도 난관이었을 텐데 모두 대단히 프로페셔널했다.
사족으로 국립극단 프로그램북은 늘 알차서 좋다. ㅎㅎ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구매하지 못했다면, 국립극단 홈페이지의 해당 공연 상세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다: https://www.ntck.or.kr/ko/performance/info/257087
극을 봤다면 국립극단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재작년 재연 당시 인터뷰도 참고가 될 것이다: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 예술가와의 대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커튼콜 사진 :) <스카팽>은 12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