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류작가 강은영 Mar 26. 2022

(칼럼)부정성 편향: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고?

한국강사신문 칼럼 [강은영의 뇌과학이야기]



얼마 전 기사에서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이야기를 접했다. TV 방송에 출연해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 자라면서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유년 시절에는 뇌가 멍든 것처럼 멍했고 초등학교 때까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세상이 다 가짜라는 생각에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 못한 채 음악과 책으로 도피를 했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로 받은 아픔을 간직한 채 자기 파괴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성향을 음악으로 표출해 오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겪는다. 트라우마는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으로 큰 상처를 뜻하는 라틴어 '트라우마(Trauma)'에서 유래했다. 한 번 겪은 정신적 충격이 오랫동안, 심지어 평생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지속해서 경험함으로써 고통을 느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이다. 반면 기쁜 일이 두고두고 떠올라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어째서 기쁨보다 충격이 오래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뇌에 부정적 편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부정적인 것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쉽게 말해 뇌는 부정적인 것에 치우쳐져 있어서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즉각적으로, 강하게 반응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을 생존 본능에서 찾았다. 가령 숲속에서 어떤 소리가 났을 때 위험한 동물이 나를 해칠 수도 있다는 불안, 두려움이 재빨리 도망가게 만든다. 부정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강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존 티어니의 「부정성 편향」에서는 이를 두고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라고 표현했다.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우리에게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데 이를 부정성 편향, 부정성 지배, 부정성 효과라 한다. 우리는 칭찬을 받았을 때 큰 감흥을 못 느끼지만, 비판에는 충격받고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의 글에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지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이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뇌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쁜 생각이나 느낌이 들었을 때, 그것을 바라보고 인정하면 긍정의 힘을 발휘하기가 쉬워진다. 나쁜 것은 워낙 힘이 강해서 감추거나 기피할 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크기를 부풀린다. 사소한 걱정이나 큰일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 의심 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면 거기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부정적인 것이 오래도록 삶에 영향을 미치는 외상 후 증후군은 많이 알려졌지만 트라우마를 넘어 한층 성장함을 알려주는 외상 후 내면 성장, PTG(Post Trauma Growth)라는 용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뇌에는 부정성 편향이 있지만 우리는 나쁜 일을 통해 배우고 더 성장한다. 부정적인 것에 강하고 오래 반응하지만 이를 이겨냄으로써 단단해지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충격으로 외상 후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고 나머지 아홉 명은 내면 성장을 경험한다.


온실 속 화초보다 온갖 풍파를 견뎌낸 들판의 잡초가 생명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고 기쁨보다 충격이 오래가지만, 우리에게는 이겨낼 힘이 있다. 이쯤 되면 부정적인 것을 기피할 게 아니라 꼭 필요하며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켜 주는 감사한 걸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칼럼:두뇌유형) 나를 따르라 '리더의 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