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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15. 2022

옥시토신, 사랑의 호르몬을 아시나요?

한국강사신문 칼럼 [강은영의 뇌과학 이야기]


엄마, 나 좀 안아줘!

우리 집에서 귀여움과 애교를 담당하고 있는 둘째 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한다. 올해 6학년인 녀석의 행동이 퍽 귀여워 나는 글을 쓰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껴안아 주세요~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노래 부르며 숨막히게 안아준다. 아마도 아이가 자라면서 잔소리가 늘어나는 대신 내 눈에 가득했던 사랑과 스킨십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리라. 본능으로 느낀 아이가 수시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일테고.


신체적 접촉과 사랑이라는 감정의 연관성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얼마 전 흥미롭게 본 기사 중에 "첫 만남에서 키스를 하면 사랑에 빠질까?" 라는 일본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처음 만난 20대 남녀가 30분 동안 5번의 키스를 1분씩 반복하는 실험이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다가 점차 연인처럼 키스하더니 결국 둘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사귀기로 했다. 어떻게 30분 만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물론 첫눈에 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둘은 키스를 통해 사랑의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 것으로 보인다.

행복 호르몬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반면 사랑의 호르몬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행복하거나 안정감을 느낄 때 뇌에서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항우울제로 쓰이며 행복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살아가면서 행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은 신체적 접촉으로 자극받기 때문에 포옹 호르몬(cuddle hormone)이라고도 한다.


옥시토신은 사랑, 신뢰의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출산할 때나 수유할 때, 호감 가는 상대를 보았을 때 또는 포옹을 할 때 분비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성욕을 느끼고 산모는 아기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진통 효과와 면역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막아준다. 과연 사랑의 힘은 생각보다 위대한 듯하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한 청년이 포옹해 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경찰 두 명이 제지해도 요지부동이더니 낯선 이의 포옹 한 번에 울컥한 듯 말을 잊지 못하다가 진정이 되었다. 어떻게 청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배척했던 사람을 안아 줄 생각을 했을까?

인간의 심오함을 호르몬 하나로 설명하기란 역부족이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뇌의 활동을 화학 물질의 발현으로 보는 측면은 우리를 단순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둘째가 안아달라고 하면 '사랑의 호르몬이 필요하구나' 싶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즉각 안아준다. 남편이 설거지할 때 뒤에서 슬쩍 포옹하거나 산책할 때 항상 손을 잡는 것도 우리 부부가 사랑을 지켜나가는 방식이다. 싸운 뒤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을 때도 일부러 사랑의 호르몬이 나오도록 행동한다. 


누구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사랑의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도록 할 수 있다. 말썽꾸러기 사춘기 자녀도, 사이가 안 좋은 부부도 옥시토신이 잘 분비되도록 꾸준히 신체 접촉을 한다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포옹 한 번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한 때가 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특히 미운 사람을 말없이 한 번 안아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며 한국뇌과학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뇌교육 전문 잡지 『브레인』의 칼럼도 쓰고 있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 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 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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