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특정한 사람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활동
지금 진행 중인 해피투유 프로젝트는 대구예술발전소 X수창청춘맨숀에서 운영하고 있는 예술팀 레지던시의 일환이다. 공공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민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대여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중 '멘토링'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각 예술팀이 직접 뵙고 싶은 멘토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것이다. 예술인 각자의 예술 활동에 깊이를 더하면서 공공예술 프로그램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 팀과 연결이 매칭된 분은 서예가이시면서 캘리그라퍼로 오래 일해오신 김도임 작가님이시다. 경기도 남부에 거주하고 계셔서 아침 일찍 SRT를 타고 대구로 와주셨다. 히르꼬 님의 스승이시기도 하셔서 안부를 물으며 멘토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되었다.
작가님께서 작년 여름에 진행하신 개인전 도록을 한 권씩 건네주셨다. 도록 안에는 여러 작품들이 있었는데 단순히 평면에 글자만 쓴 것이 아니라 습작들을 입체로 구겨 만든 것도 있었고 먹선의 농담으로 된 것들도 보였다. 오랜 세월 한 길로 걸어오신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다음으로 현재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1차 프로젝트에 관한 작품들을 보여드렸다. 우리 랩실과 수창청춘맨션 A동 1층과 3층에 전시된 작품들 전체를 돌아보면서 지속 가능한 예술, 버려도 썩을 수 있는 소재로 된 작품 등에 관한 콘셉트를 소개해드렸다. 작가님은 해피투유팀과 시민분들이 함께 제작한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봐주셨다.
다시 랩실로 돌아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1차 프로젝트 작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제작했으면 더 좋았을지, 그리고 2차 프로젝트를 좀 더 풍성하게 이끌기 위한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작가님과 함께 논의했다.
작가님은 1차 프로젝트 작품들이 참 좋은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모두 평면으로 제작된 점이라고 하시며 도록에 소개된 입체 작품을 다시 한번 소개해주셨다. 습작들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구기고 찢어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이셨다. 재활용 박스였기에 더욱 입체로 표현하기 좋았을 거라며 2차 프로젝트에 제시된 트리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보면 어떨지 제안해 주셨다.
대구, 거기 어때(큰 책)이나 내 내구 책 mini(아코디언북)을 전시하기 위해 두툼하게 제작하긴 했으나 대부분 평면으로 제작했다는 걸 그때까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팀원들은 "어머나, 진짜 그렇네!"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BOOK 프로젝트'는 버려도 썩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으므로 그 작품들을 2차 때 다시 재활용하여 트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2차 프로젝트 활동 중 캘리와 관련된 부분인 '니트 레터링'과 '캘리 오너먼트 만들기' 활동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니트 레터링 예시를 사진으로 보여드리니 '주로 영어 단어' 위주로 만들게 되겠는지 물으셔서 한글은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영어로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마침 미리 해보기 위해 만들어 간 재료가 있어서 꺼내 드리니 작가님은 슥슥 만지시더니 한글도 가능할 것 같다면서 짠하고 보여주셨다. (아래 왼쪽 사진을 보면 '사랑'이라는 글씨가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준비과정에서 검색했던 작품들이 주로 영어 필기체가 많았고 한글은 흘려 써서 예쁘지 않을 거라 여겨 당연히 영어로 가려고 했는데 작가님께서 뚝딱 만들어내신 니트 레터링을 보고 모든 팀원들이 깜짝 놀랐다! 흘려 쓰지 않아도 구부러지는 특성을 활용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었던 것! 그 후에 직접 붓펜을 꺼내서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보여주시기도 했다. 우와.. 진짜 예술을 오래 하신 분은 다르구나 깨닫게 되는 지점이었다!
한글로 표현이 된다면 나와 우리를 강조하는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거라서 뭔가 자유와 해방을 맛보게 된 거 같았다.
작가님은 멘토링을 위해 무엇을 보여주면 좋을까 고심하셨다면서 가져오신 붓발을 꺼내셨다. 굵기가 같아도 털의 소재와 길이에 따라 각기 다른 선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으셨다고.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캘리나 서예에 초보인 분들께는 붓모가 너무 길지 않은 것이 사용하기에도 편하고 적당히 굵은 선을 표현하기에 좋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러고 나서 가져오신 붓으로 직접 '해피투유 HAPPY TO YOU'라고 적어주셨다. 호방한 글씨체로 쓱쓱 적어나가시는 걸 함께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얼마나 많이 쓰셨으면 절대 느리지 않은 속도로 화선지 딱 중앙에 글씨를 배치하면서 쓸 수 있을까 하며 '우와, 우와'를 연발했다.
작가님은 멘토링 며칠 후 두바이로 떠나신다고 했다. 첫 해외 전시회를 그곳에서 열게 되셨다고. 최근 우리 팀의 지인이 두바이로 이민을 갔기에 그곳 사정을 잘 알기에 한참 이야기했다. 갑자기 너무 먼 곳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으나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게 여건들이 마련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설레는 마음이 되었다. 멘토링이 한 번 더 남았는데 그때는 두바이 전시회를 마치신 직후가 될 것 같아서 그 또한 기대가 된다.
프로젝트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주셔서 작가님의 예술의 세계가 단지 글씨를 종이에 적기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삶 자체가 녹아있는 풍성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작가님의 조언을 통해 해피투유 팀원들의 시야가 탁 트이는 걸 느끼며 '멘토링'이 왜 필요한지 몸과 맘으로 알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