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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Nov 01. 2024

당뇨보다 합병증이 무섭다!

남편에게서 당뇨성 망막변성증이 발견되었다!




병원에서 당뇨 확진받던 날, 의사 선생님은 몇 가지 미션을 제시하셨는데 그중 하나가 합병증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제일 위험할 수 있는 췌장, 신장은 복부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기 위해 바로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안과에 가서 안저검사를 한 후 다음 진료 때 결과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살고 있는 지역에 안저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을 폭풍 검색해서 다녀왔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전화를 걸어 예약하려고 하니 안저 검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 쉬는 날로 진료를 잡았다.


접수를 하고 기다렸는데 남편 이름을 부르길래 일어났더니 간호사님 한 분이 오셔서 안약을 넣고 가셨다. 좀 기다렸더니 간호사님들께서는 진료실로 부르지 않고 안과 곳곳으로 남편을 이동시켰다. 시력검사, 안압검사도 하고 각종 검사를 하는 같았다. 그러더니 남편에게 다가와 동공이 얼마나 커졌는지 확인하고 다시 안약을 넣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눈의 깊은 곳을 촬영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동공을 확장하는 안약을 넣는다고 한다. 첫 번째 안약을 넣은 지 1시간이 지난 후, 세 번째 안약을 넣으러 오신 간호사님은 남편의 동공을 보더니 이제 안 넣어도 되겠다고 한다. 나도 궁금해서 살펴보니 악! 이게 웬일! 남편의 동공이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엄청 확장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였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 반은 지난 시간. 꽤 오래 기다렸기에 지루하기도 하고 검사 결과가 어떨지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당뇨 확진받은 정황을 물어보셨다. 그러면서 뭔가 뜸을 길게 들이시는데 느낌이 안 좋았다. 의사 선생님의 소견으로는 혈당 스파이크가 몇 년 전부터 계속 있어온 것 같다며 망막변성증 3기라고 말씀하셨다. 초기가 1기니까 3기는 말기 바로 앞이다. 망막변성증 4기가 되면 눈앞에 크고 검은 점들이 생겨나서 보이지 않는 구간이 발생하게 되는데 지금 3기라서 그런 현상이 지금은 없지만 악화되면 4기로 들어가게 된다고 하셨다. 식단 조절하고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젤 중요하고 그렇게 관리해도 3기를 오래 유지하는 것뿐이지 좋아지는 병은 아니란다.


하... 돌려 돌려 말하신 것뿐이지만 나빠지면 눈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내용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당뇨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이게 바로 그건가 싶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망막변성이 일어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 이유가 혈류의 양이나 속도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적고 느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이셨다. 남편이 아직 노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혈류가 빠르게 돌고 많이 눈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기라 계속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몇 주 고민하다가 나는 부전공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뜬금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현재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 서울에 며칠을 체류하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 남편이 잘 먹지 못하거나 나쁜 것을 먹게 되면 혈당 스파이크가 튀고 그게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을 위해 최대한 필요한 학점만을 사수하고 부전공을 포기하는 것이 남편과 내가 오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길임을 받아들였다. 


이후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도 진행했다. 혈액 검사 상으로 췌장과 신장에 합병증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초음파 상으로도 두 기관은 모두 건강했다. 그런데 '담낭'에서 용종이 발견되었다! 감사해야겠지? ㅠㅠ 의사 선생님은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주시며 당뇨 관리를 잘해보자고 하셨다. 용종은 6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 보고 크기 변화가 없으면 기간을 늘려서 초음파로 확인해 보자고 하셨다.


아예 건강한 몸이 되어보겠다고 시작한 다이어트였지만 이렇게 식단관리와 혈당관리까지 하게 될 거라고 여름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듯 '대사증후군'은 아예 수치가 높은 것이 관리하기 편한 것도 사실이다. 남편이나 나나 위험 수위에 오를 때까지는 대충 살았지만, 확진 후에는 대책을 마련하고 제대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뇨 합병증이 다른 곳에 발견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담낭에 용종이 발견되어 관리하며 지켜볼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다. 아프지 않았다면 확인해보지 않을 것들이라 여러 가지 일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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