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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Oct 25. 2024

리브레 2의 위력

상태가 눈에 보인다면 관리는 많이 쉬워진다.




남편은 체질적으로 좀 마른 편이다. 나와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도 야식을 끊고 좀 덜 피곤하고 싶어서였지 당뇨를 관리하겠다거나 건강을 위해 몸을 만들기 위해선 아니었다. 겉보기엔 날씬하니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데 깨닫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 큰 병에 걸리기 쉬운 타입이고, 건강 검진할 때마다 뭐가 큰 게 튀어나오는 그런 몸이다.


2년 전, 나의 간곡한 권유로 남편은 생전 처음으로 대장 내시경을 시도했다. 선종 2개를 포함, 전체 일곱 개의 용종이 발견되었는데 나중에 의사 선생님을 뵈었더니 그 선종은 발견되지 않았으면 2~3년 내에 암이 되었을 만한 정도의 위험한 것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은데도 크게 취미활동이나 운동을 할 시간이 없으니 남편의 몸은 늘 지쳐있고 그래서 더욱 관리가 힘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랬던 '우리 남편이 달라졌다!'


리브레 2를 왼팔에 장착하고 나선 계속해서 그래프를 확인한다. 하루에 100번은 더 보는 것 같다. 처음엔 계속 그래프만 보더니 며칠 지나서부터는 기능을 하나둘씩 사용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연동되는 앱에는 식단, 운동 등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그걸 하나하나 다 적는다.


스스로 약을 챙겨 먹고 하루를 마감할 땐 어떤 이유로 혈당 스파이크가 왔는지 확인도 한다. 실시간으로 혈당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즉각 대응이 가능하기도 해서 식사를 조금 많이 먹거나 과한 음식을 먹게 된 경우에는 바로 운동을 시작한다.


가끔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서 선택할 식단이 한정적이거나 급히 식사를 해야 해서 분식을 먹게 되는 경우 혈당 스파이크를 겪게 되기도 했는데 그 후로는 몸에 부담스러운 식단을 멀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 여름 휴가 때에도 리브레를 부착한 상태였는데 식사 후에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보더니 호텔 3층에 마련된 피트니스실에 가자고 했다. 마구 오르던 혈당수치는 딱 30분간 유산소+근력 운동으로 쑥 떨어졌다. 3박 4일 동안 머무르면서 6번이나 운동하러 가는 기록을 세웠다!


눈에 보이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리브레 2를 달고나서 엄청 실감했다. 옆에서 잔소리를 할 필요가 전혀 없고 스스로 자신을 챙기는 모습이 엄청 훌륭해보였다. 피곤해도 휴일 날 오래 자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당뇨 확진 후 2주일 만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앱에서 그래프를 보여드렸더니 엄청나게 기뻐하셨다. 특히 2주 간의 평균을 선과 색으로 나타낸 그래프를 가리키시며

"관리를 정말 잘하셨네요. 여기 보시면 진한 선으로 된 것이 평균적으로 2주간 혈당이 어떤 상태였는지 보여주는 거예요. 그리고 아래위로 연한 하늘색과 진한 하늘색 보이시죠? 진할수록 횟수가 많고 연할수록 적은 건데 전체적으로 혈당이 자주 튀지 않고 잘 유지되었네요. 너무 잘하셨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당뇨 확진은 처음, 연속혈당측정기 착용도 처음이라서 우리 부부는 좀 긴장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은 다 알 수 없지만 일단 하라는 대로 하고, 최대한 건강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의사 선생님의 피드백에 무척 안도했다.


하지만 남편은 2주간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리브레 기기와 피부를 붙여주는 테이프가 약해서 부착한 첫날 옷을 벗다가 1/3 가량 떨어졌던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기기 전체를 덮는 스티커를 붙여놨었다.


"그전까지는 바늘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큰 스티커를 붙이고는 바늘이 느껴져서 거의 2주일 동안 거슬려서 기분이 안 좋았어."라며 한동안은 그냥 손끝 혈당 측정기를 사용해보겠다고 한다.


공복혈당, 아침-점심-저녁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하겠다고 하는데... 바늘에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혈당을 확인하고 관리하던 습관이 있어서 하루에 2~3번 정도 스스로 혈당측정을 하고 운동하는 걸 보면서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요즘엔 다이어트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체중관리를 위해 사용했다가 당뇨초기인 것을 발견하는 사람도 꽤 많고 혈당 스파이크를 부르는 음식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건강관리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후기도 자주 읽을 수 있다.


당뇨 초기이거나 당뇨 확진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혈당 관리를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연속혈당측정기가 엄청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14일동안의 기록은 시간대별 평균혈당, 예상 당화색소, 구간별 혈당을 통계적으로 볼 수 있는 그래프도 제공한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스스로 만드는데 효과 만점이다!


특히 울 남편처럼 바늘 공포증이 있다면 진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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