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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Oct 11. 2024

시즌 2 <드디어 당뇨와 다이어트>

혹 떼러 갔다 혹 붙여온다.




7월 1일부터 28일까지 딱 4주 동안 실시했던 다이어트를 끝냈다. 그러니까 오늘은 7월 29일. 미리 병원을 예약했다. 지난 한 달간의 변화를 수치적으로 확인하고 의사 선생님의 '당신은 건강합니다.'라는 소견을 듣고 싶었기 때문.


예약한 시간이 되어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돌진했다. 모든 건강수치가 정상을 찾았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엄청 들떴다. 접수하고 기다렸더니 우리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가서 사정을 설명했다. 검진 후 식단조절을 해왔다고 했더니 일단 6월 건강검진 결과를 좀 보자고 하셨다. 나와 남편의 검진 내용을 보시더니 아무래도 나는 혈액검사를 한 번 더 해서 수치를 확인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고, 남편은 '당화 색소'를 지금 측정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신다.


약 10분쯤 지나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아까와 다르게 격앙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남편 분, 당뇨 확진입니다."라고. 당화색소 결과치가 9.1이 나온 것이다. (참고로 당화색소는 5.6보다 적게 나와야 정상임. 3개월 평균 수치가 나오는 것이라서 공복혈당보다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음.)


"당화색소가 9.1이라는 건, 지금 공복혈당 평균이 300이 넘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그 후 15분 동안 당뇨 환자가 먹으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당뇨 약을 먹는 시기, 혈당 체크를 하기 위한 표, 혈당 스파이크, 혈당 그래프의 여러 가지 모양 등에 대해 쉴 새 없이 설명해 주셨다.


그러면서 중간에 식단 조절을 어떻게 했냐고 물으셔서

"아침에는 단백질 셰이크를 두유에 타서 먹..."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시며

"당뇨 환자는 셰이크 먹으면 안 됩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온다고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마른 당뇨인 경우에는 체중 조절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체중이 잘 늘지 않는 특성이 있어요."라는 설명을 덧붙이셨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두드려 맞는 것 같았다. 남편과 나의 건강을 위해 선택했던 다이어트는 쓸데없는 짓처럼 느껴졌다. '혈당 스파이크는 뭐고, 대체 난 뭘 한 거지?'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인터넷에서 이상한 거 보고 따라 하시는 분들 많은데 아무 거나 보시고 따라 하지 마세요."라는 말씀으로 못을 막아주셨다.


대체 한 달 동안 뭘 한 걸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당화색소가 3개월 평균이라면... 식단 조절 전 2개월은 정말 좋지 않았을 것이고, 다이어트 한 1개월에는 좀 낮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단백질 셰이크가 당뇨에 그렇지 좋지 않았다면.... 악.... 반대로 다이어트 때 먹었던 셰이크가 혈당을 높였을 수도....


그렇게 폭발하는 생각을 겨우겨우 달래며 채혈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았을까? <내 몸 혁명> 책 뒤쪽에는 분명히 당뇨에도 효과를 본 사람이 나왔는데... 남편을 서울에 계신 박용우 선생님께 데려가야 할까라는 생각을 몇 시간 동안 했다. 하...






남편이 결국 당뇨 확진을 받아버렸습니다. 다이어트하고 나서 좋아질 거라 믿었기 때문에 꽤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당뇨환자가 되어 버리면 식단을 그에 맞춰야 해서 엄청 고생한다는 걸 자주 목격해 왔기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죠.


'한 달 끝났으니 좀 느슨하게 유지하다가 나중에 다이어트 한 번 더 하지 뭐. '라며 가볍게 먹었던 마음을 다시 다잡고 오히려 더 열심히 식단을 관리하게 생겨서 가슴이 답답했답니다.


2화에서 프로그램 설명을 드리면서 '당뇨가 있으신 분은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씀드렸지요. 만일 수도권에 계시다면 박용우 원장님의 클리닉에 가셔서 상담받으시고 시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아니라면 살고 계신 지역의 당뇨 전문 내과에 찾아가셔서 진료받으시고 의사 선생님과 함께 식단 조절을 하시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ㅠ


당뇨 환자에게 혈당 스파이크는 각종 합병증을 부르게 되는 무서운 현상이니까요!


암튼 이런 식으로 ㅠ 슬프게도 우리 부부의 다이어트는 휴식이 아닌 시즌 2를 맞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당뇨 관리와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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