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분들이 '야식만 좀 어떻게 해보고 싶어요!'라는 고민을 하시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결혼 후 시작된 야식으로 인해 7kg이 증가한 후, 체중계 눈금이 더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으면 하고 전전긍긍했으니까.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여름, 4년 전부터 시작된 두피 건조증이 두피열까지 동반하면서 잠을 설쳐대는 나를 보며 드디어 남편이 야식 금지에 동의했다. 두피열은 야식과 수면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 생활 습관을 바로 잡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 드디어 4주가 끝났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결과치를 보기 전에 목표가 뭐였지 돌아봤다. 솔직히 남편과 나는 건강해지려고 시작했지 딱히 체중 몇 kg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잡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두피열'. 과연 개선에 성공했을까?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사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비교적 안정되었다. 그러면서 2주 차가 되고 3주 차가 되면서 두피 가려움증과 각질, 염증 등이 드라마틱하게 사라졌다. 두피전용 샴푸가 아닌 일반 샴푸로 머리를 감아봤는데도 괜찮았고 두피도 매우 깨끗해졌다. 뛸 듯이 기뻤다.
어쨌거나 다이어트를 시도했으니 체중 감량결과를 적어보긴 해야겠지?
나는 -4.2kg, 남편은 -3kg으로 한 달을 마쳤다.
주 2~3회 정도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떡볶이+순대+어묵국 세트, 닭강정, 찜닭, 햄버거 등. 이런 메뉴에는 콜라가 동반되는데 내버려 두면 일주일에 1.5리터 2~3병을 마시기도 했다. 문제는 야식 후다. 소화가 되지 않거나 또는 너무 힘이 넘쳐서 잠을 잘 수 없다. 일찍 자도 11시 반, 늦으면 12시 반이 된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남편은 누적된 수면 부족으로 피곤해하고, 나는 부종이 심해졌다.
그러나 셰이크 4끼로 시작한 다이어트는 위를 줄여버리고 일찍 우리 부부를 재웠다. 저녁 먹은 후 위가 비어 힘이 없어 버틸 수가 없었다. 1주 차에는 거의 8시가 되기 전에 둘 다 잠들기 시작했다.
4주 간의 다이어트는 야식을 먹을 시간에 잠을 선물해 주었다. 요새는 잠자리에 누워 '딱 요맘때쯤에 배달음식 먹었었지.'라며 옛날 일(?) 추억한다. 비록 한 달 간이지만 완전히 먹고 자고 사는 방식이 리셋되자 밤에 뭘 먹고 싶다,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 자체가 사라졌다.
이번에 시도한 다이어트는 밀가루, 당을 완전히 금하면서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어서 근육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몸에 있는 지방을 태우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 4주 간이지만 체질을 엉망으로 만드는 흰색 가루를 멀리하는 행동은 다이어트가 끝난 이후에도 굉장히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무언가를 일부러 계속 안 먹기 위해서는 꽤나 긴장하고 경계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을 형성하는 것 같다.
야채나 단백질을 위주로 먹지 않으면 뭔가 이상하고 잘못하는 느낌이 들고 건강한 식사를 할 때 안심이 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다이어트 2주 차에 들어가자 몸의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동안 동생이 미쉐린이냐고 놀릴 정도로 체지방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는데 어느 순간 거울을 봤더니 스스로도 날씬해 보여서 허리둘레를 측정해 봤다. 6월 말, 건강검진 때보다 5cm 이상 줄어있었다.
3년 전부터 입지 못했던 많은 옷들을 꺼내서 하나씩 입어보기 시작했다! 와!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급격히 커져버린 몸 때문에 입지 못하고 저장해 둔 속옷들도 꺼내 착용해 봤다. 희한하게 다 들어갔다. 와! 안 버리길 잘했어 ㅠ 결혼하면서 구입한 예쁜 녀석들이 몇 년 만에 다시 빛을 보는 순간! 곧 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며 아까워하던 중이라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또 한 가지 효과는! 배고플 때 나오는 ‘헐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엔 배가 고프면 성질을 부리는 녀석이 내 안에서 튀어나와 무척 예민하고 까칠하게 굴어서 스스로도 되게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굶기를 밥 먹듯 하다 보니 그냥 기운 없는 상태로 머무는 것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엄마와 동생이 배고플 때 신경질 부리지 않는 나를 너무나 신기해하는 것이 새삼 웃기는 포인트다.
4주 간의 다이어트를 통해 '살이 빠지지 않는 체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살이 빠지지 않는 '체성분 상태'를 말한다.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는 의미이고, 다른 걸 먹으면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7월이라 덥기도 했고 기운이 빠지니 멍하니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또 후반부로 갈수록 체지방 감량의 정체된 구간도 발생해서 의지를 다잡는 게 무척 어려웠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 건강의 최대 적이었던 야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방식이 우리 가족 안에 정착되기 시작한 걸 돌아보니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자, 그럼 정말로 더 건강해진 것이 맞는지 확인하러 가야겠지? 다음 주에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우리 부부 겉만 건강해진 걸까? 아니면 속까지 완전히 탈바꿈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