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실패의 주범은 다름 아닌 나!
며칠간 고민해 봤다. 슬럼프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 1주 차와 2주 차 초반에 느끼던 즐거움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된 것 같다. 그러니까 체중이 쭉쭉 빠지면서 신났던 게 2주 차에 점심, 저녁을 둘 다 먹으면서 정체되어 기분이 상한 것이다. 또한 먹는 양이 1주 차보다 많아지면서 점점 취침에 들어가는 시간도 뒤로 밀리면서 아침 시간 확보에 실패하는 날이 늘어났던 것 같다. 성취감도 즐거움도 없으니 다이어트가 재미있을 리 없었다. 지방률이 괜찮아지는 것 같아 3주 차로 돌입했으나 역시 큰 변화 없는 체성분들에 지쳐버렸나 보다.
다이어트에 정체기가 생긴 또 다른 원인이 뭘까 생각해 보니 ‘의자중독’으로 인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남편은 일을 하고 있어서 따로 운동을 진행하지 않아도 계속 체중이 변화하는 편인데 나는 그렇지가 않아서 이상하다고 여겨왔다. 결국 우리 둘의 가장 큰 차이 역시 움직임이 얼마나 있는가라는 것에서 더 움직여야겠구나 싶지만…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서 있을 수 있는지…. 너무나 오랜 기간 앉아 있는 걸 좋아해 왔기에…. 난 설탕이나 밀가루보다 의자가 더 좋은 사람인가 보다.
하루 종일 조금 더 일어나려 하다 보니 그것도 내가 더욱 피로함을 느끼는 원인이 된 것 같다. 그걸 인식할수록 알게 되는 사실은 내가 계속 앉아 있기 위해 앉아서 하는 일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집 안에서는 뭐든 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늘 앉아 있을 수 있는 일들만 찾아서 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리고 서서 일하는 일들이 뭐가 있는지 별로 찾아낼 수 없음에도 놀랐다.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하기, 빨래를 세탁기에 넣기, 운동, 빨래 널기, 선풍기 옮기기, 음식 만들기, 냉장고 정리하기 이런 것 외에는 거의 앉아 있는 위주였던 것이다.
정말 편리해진 세상에 살면서 나의 몸은 의자나 소파와 하나 되는… 그런 삶을 평생 살아왔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서 하는 것이 집안일하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도 신기하다.
운동하러 헬스클럽 가면 코치들이 ‘운동하면 근육이 빨리 붙는 타입’이라고 하고 직장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요가를 배웠을 땐 요가선생님이 ‘엄청 유연하시다’라고 해줬다. 그러니까 운동하기에 적합한 몸으로 타고났다는 의미일 거다. 하지만 나는 의자가 너무 좋았던 소녀였고 초등학교 다니면서 단 한 번도 100미터 달리기에서 4등 안에도 들어본 적이 없다.(6명 중….)
중고등학교가 산에 있어서 그때는 체력이 좀 개선되는 듯 보였다. 100미터 기록이 17초, 16초 대를 보이기도 했으니까.(이건 정말 역사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해서는 또 앉아있기 시작했다. 하필 99학번인 나는 1학년 때부터 컴퓨터로 리포트를 내야 했어서 그 바람에 학교 컴퓨터실에 늘 앉아있었던 것이다.
의자중독. 처음 그 단어를 봤을 땐 정말 이런 말도 있네 하면서 웃었는데. 이건 정말 치명적이다. 실제로 2002년에 의자중독은 질병으로 구분되었다고 한다. 설탕이나 밀가루보다 더욱 위험하다는 건 정말 그렇다. 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아예 모르겠다. 의자중독이 오면 엉덩이 기억상실증도 같이 오는데 완전 내 이야기다. 서서 일하는 내 엉덩이를 별로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기차만 타면 엉덩이가 결리고 목에 담이 생기지…
하…. 이 의자중독이 이번 다이어트의 성패를 가를 것 같다.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이건 정말 대단한 도전이다. 밥을 적게 단백질을 많이.. 이건 별일도 아니다… 의자중독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