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남편의 당뇨 확진은 처음에 꽤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우리 부부의 식습관이나 생활방식은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을 부르는 지름길로 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야식을 또 먹고 뒹굴뒹굴하면서 건강을 위한 행동은 거의 하지 못했다.
‘건강 수치가 좋지 않네요. 운동하고 살 빼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도 그랬다. 하지만 ‘당뇨’라는 확진 소견을 듣고 나서 우리는 생활 방식을 바꾸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5년 만에 남편과 내가 드디어 야식을 날려버릴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한 달짜리'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게 있다는 소리를 들어도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로 질려버리니까 말이다.
박용우 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시작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몸에 쌓이기만 하는 지방을 태워버릴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당, 탄수화물 등이 극히 제한된다. 실제로 경험해 본 결과, 그걸 지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평소에 먹는 대로가 아니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만들어 먹는 것도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한 달이 끝날 때를 두 사람 다 엄청 기다렸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병원에서 들은 '당뇨 확진 소견'은 우리에게 정말 날벼락같았다. 다시 말해 계속해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당뇨 약을 처방받고, 당뇨성 망막 변성증을 확인하면서 남편에게 혈당 스파이크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두 사람 다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비결임을 받아들였다.
처음엔 완전히 건강식, 당뇨에 안 좋은 건 아예 안 먹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관리를 하면서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한 상태로 여러 가지 음식에 도전해 보니 모든 음식이 다 혈당 스파이크가 오게 하는 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항상 건강식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님을 알게 되어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
당뇨 확진 후 2개월을 지내며 야식은 완전히 사라졌고, 식단은 전보다 건강하게 구성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 더욱 건강한 삶을 살도록 유지하게 해 주어 감사하다.
남편과 처음 만났던 날, 우리는 서로에게 이상한 걸 느꼈다.
'이 사람 나한테 너무 맞춰주고 있는 거 아니야?'라고 말이다.
남편과 나는 영화광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만났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서로가 좋아하는 장르를 나누었다. 근데 솔직히 장르를 불문하고 이것저것 다 보는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영화 본 적 있어요?'
'그럼요! 그거 너무 재밌죠? ~~ 장면 너무 실감 났어요!'
'이 영화도 봤나요?'
'그거 보셨어요? 저도 봤는데!'
라는 식의 대화를 누군가와 이어갈 수 있다고 두 사람 다 기대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자리에 나온 사람이 나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호감이 되기에 충분했고, 우리는 만난 지 8일 만에 결혼하기로 했다. 하하하. 그렇게 지금까지 매일매일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도란도란 살아왔다.
문제는 야식이었다. 둘이 보기만 하는 게 심심해서 김밥도 먹고 과자도 먹다 보니 배달음식까지 손을 뻗게 된 것이다. 저녁 시간 이후에 영상을 볼 때에 뭔가를 먹지 않고 있는 게 이상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다이어트 후 야식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저녁 시간 이후에 그냥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야식을 먹어야 할 때쯤 잘 수 있는 사람들로 변모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친정에 잠시 들렀다. 엄마는 우리 부부에게 일어난 다양한 변화를 반가워하시며 당뇨 확진을 받은 사위를 안타까워하셨다. 그러시면서 거실에 있던 가정용 바이크를 내주시겠다고 했다. 자주 타지 않고 있으니 가져가서 운동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에 몇 번 사양하다가 결국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실은 집에 스테퍼가 하나 있는데 한 사람이 그 위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은 노는 꼴이 되어 사놓고 몇 번 타지 않고 거실에 장식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한 사람이 스테퍼를 타면 다른 사람은 바이크 위에 올라가면 되겠다며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들떴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에 남편은 첫 번째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한 상태였다. 먹는 대로 자는 대로 혈당의 상태를 바로바로 볼 수 있는 리브레 덕분에 혈당 스파이크가 오는 것을 눈으로 목격한 그는 하루에 3번이나 운동을 했다. 팔과 어깨, 등, 가슴 운동을 위해 바벨 세트도 구입했다. 매번 2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 후 5분 정도 바벨을 든다.
이렇게 운동하던 습관은 남아서 리브레를 부착하지 않은 기간에도 우리 부부는 하루 한 번 이상 운동을 한다. 평소에 야식을 먹으며 영상을 보던 시간에 운동 기구 위에 올라가는 것이다. 재미난 영상을 보면서 둘이 이야기하면서 운동할 수 있어 너무 즐겁다. 운동을 해보니 바이크보다 스테퍼가 시간 대비 효율이 좋고 소화도 잘되어 스테퍼를 이번 달에 하나 더 장만할 예정이다.
결혼 후 우리 부부의 첫 모습은 EAT WATCH EAT이었다. 하루 세끼 다 먹고 저녁에 만나 영상을 시청하면서 또 먹는 삶을 5년 꽉 채워 살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난 걸 먹으며 재미난 스토리에 빠져드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야식은 건강에 적신호를 띄웠다.
그래서 우리는 EAT WATCH EXERCISE 하고 있다. 야식 대신 운동이 우리 삶에 들어왔다. 매일 더 건강해지고 근력도 늘어간다. 몸살이 심하게 와도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며 건강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 여러 가지 시련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엄청나게 큰 고난이나 역경이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전화위복. 사실 그건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삶 속에 있는 작은 고민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감사할 거리가 되고 새롭게 개선해서 더욱 뜻깊은 인생을 살게 해 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