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문득 그 순간의 나의 생각과 나의 느낌이 어떻게 나에게 전달되었는지 나는 너무나 알고 싶었다.
이런 문장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고치고 싶은 부분들이 눈에 띄시지요? 아무래도 '나'라는 글자부터 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문득 그 순간의 생각과 느낌이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너무나 알고 싶었다.'
이 정도만 해도 참 읽기가 편해지지요? 조금 더 수정한다면 어떤 부분이 고치고 싶으신가요? 그렇지요.부사가 많네요. 고쳐 보겠습니다.
'갑자기 그 순간의 생각과 느낌이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퇴출 대상 1호? No! 글쓰기 친구? Yes!
첫 문장에서 삭제했던 녀석들을 아래 상자 안에 넣어보았습니다.
나, 나, 나, 나, 나/문득, 너무나
이 글자들을 빼면서 문장은 간결해지고 읽기가 편해졌지만, 쓸 때부터 상자 안의 글자들을 다 빼버리고 문장을 시작하려 했다면 어떨까요? 저 역시 한 문단도 완성하지 못한 채 깜박이는 커서만 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상자 속 글자들은 '시동어'라고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작은 글자들이지만 그 친구들 없이 저는 글을 쓰기 힘듭니다. 말을 할 때, '음, 그러니까'와 같은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죠? 그분들께 그 말을 빼고 말을 하라고 하면 잘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저에게 '나'라는 단어나 각종 부사들을 빼고 초고를 쓰라고 하면 너무 힘들 거예요.
여러분의 글친구(시동어)들은 어떤 단어, 또는 글자인가요? 이제까지 그 친구들을 늘 퇴출 대상이라고 생각하여 자꾸만 지우다 한 문장도 적지 못한 적은 없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그들을 불러 글을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때부터 글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술술 풀려나올 거예요.
글쓰기 시동을 걸 땐 브레이크 밟지 마세요.
많은 분들이 글쓰기 하실 때 '하얀 원고지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반면 저는 어떤 주제를 던져주든 양적으로 풍부하게 초고를 잘 써내는 편입니다. 주변사람들이 부러워도 하고 신기해도 하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글쓰기에 관심을 별로 갖지 않았습니다. 시작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고 퇴고를 해야 하는 건 무척 귀찮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초고를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글쓰기를 시작할 때 퇴고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입니다. 구상하고 개요를 짜기도 합니다만, 대략적인 틀과 흐름이 세워지면 마구 써나갑니다.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조금씩 수정도 하지만, 일단 막 씁니다. 그러면 글의 양이 풍성해집니다. 그러면 버릴 때에도 크게 아깝지가 않지요. 하나 잘 쓰려 하거나, 글쓰기 시동이 걸리기 전에 자꾸만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하면 글이 풀려나오지 않아 고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땐 소분 보관해보세요.
어이쿠, 이번에는 마구 써 내려가다 보니 주제가 몇 가지로 갈라질 정도가 되셨다고요? 그럴 땐 어떻게 하시나요? 또다시 고민을 시작하시나요? 저는 일단 문단을 하나 써봅니다. 그 후 앞의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을 '잘라내기'하여 새문서에 붙여 넣고 저장해둡니다. 주제가 벗어났다고 문장이나 문단을 통째로 날려버리시면 너무 아깝잖아요.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으시다면 나중에 다시 하시면 된답니다. 일단 쓰시고 덩어리째 잘라 저장해두시면 다른 글을 시작하실 때 무척 좋습니다. 마치 나물을 데쳐서 먹을 만큼만 무쳐먹고, 남은 부분은 소분해 냉동 보관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해동하면 촉촉한 나물이 되살아나듯, 덩어리째 저장된 글은 여러분의 감성을 깨워 새로운 글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입니다.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모험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걸 감수하고 안전지대를 떠나는 것이기에 무턱대고 시작하는 게 쉽지 않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려고 준비하셨다면! 시동이 걸리기 전에는 브레이크를 걸지 마시고 편안히 어떤 글자라도 용납하면서 써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너무 쓸 것이 많아졌을 때엔 문단이나 문장 덩어리째로 개별 저장하시는 것이 또 다른 글을 시작하시는 무척 좋은 방법이 된다는 것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artupStock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