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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an 12. 2022

글쓰기를 시작하다?

브런치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공통 관심사 한 가지를 만나게 된다. 바로 '글쓰기'다. 주로 쓰는 장르는 어떤 것인지, 자신이 주로 쓰는 글의 소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곤 한다. 그런데 다른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 있었는데 '글쓰기를 왜, 언제 시작하게 되었느냐?' 하는 물음에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글쓰기는 숙제를 위한 도구일 뿐이어서 과제물로 제출한 글을 선생님들이 칭찬을 해줘도 그날 잠시 기뻤을 뿐 글로 먹고살겠다 생각해 본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지금의 글쓰기는 언제부터인지 시작되었고, 무엇을 왜 써 왔는지.


마음 쓰기


브런치에 들어오기 전 썼던 건 마음 쓰기였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그때 상담 선생님께서 마음을 흘려보내는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셨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지나치게 마음으로 품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며 낙서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고, 종이가 찢어져도 좋으니 뭐든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라고 하셨다. 그게 가장 최근 글쓰기를 시작하게 해 준 마중물이 되었다.


학급 문집 여는 글


몇 년 간 학급 문집을 발행했다. 학생들은 작가가 되고 나는 편집자가 되는 구도였다. 일기와 독서록을 한 달에 한 번씩 훑어보고 함께 읽고 싶은 글들을 싣는다. 학기 초에 미리 문집에 대한 설명을 했고, 저작권과 사용권에 대한 동의도 받았으므로 제자들은 어떤 글이 실리든 늘 기대하며 즐거워해 주었다. 표지를 넘겨 나오는 첫 페이지에는 늘 담임교사였던 내가 여는 글을 실었다. 학교 안내장보다는 조금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의 문체로 설정하고, 계절의 변화나 그 달의 행사를 주제로 썼다. 문집 편집 및 발행 총책임자로서 무게감 있게 그러나 밝게! 돌아보니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문집을 만들었구나 싶다. 매달 발행했기에 월말엔 무척 바빴지만 돌아보니 보람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


어른이 되고 나서의 글쓰기를 이야기하려면 뭐니 뭐니 해도 직업인으로서의 글쓰기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교사들의 글쓰기엔 공문 작성,  업무 메시지, 기획서 작성, 수업 준비를 위한 교수학습지도안 쓰기 등이 있다. 그러나 가장 공들여 천천히 마음을 집중해서 써야 하는 단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통지표' 글쓰기가 아닐까 한다. 학부모에게 학생의 전반적인 발달 상황을 알려주고 어떻게 지도해 나가길 바라는지 써야 하는, 염두해야 할 것이 많아 모든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글쓰기다. 통지표는 가정에 배부되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오타, 부적합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려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여러 번 검토를 한다. 연구실에 모여 더블체크를 하던 기억이 난다.





돌아보니 20대 중반부터 계속해서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여러 분야의 글을 써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글쓰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놀랍고 기쁘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자발적인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 쓰고 싶은 욕구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브런치와 팀 라이트에서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아졌다.


요새는 어떤 걸 써볼까 궁리하는 시간, 마구 쓸 소재가 떠오르는 순간이 너무 좋다!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복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StartupStock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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