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볼 수 있는 풍경들
공항은 24시간 돌아간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을 태우고 가는 여객기가 있고, 밤중에는 화물기들이 나가며, 새벽에는 외국에서 여객기가 들어온다. 이 말은 곧 공항에서 누군가는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항 통제, 정비사, 출입국 부서, 화물 부서 등등
여객서비스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스케줄에 따라 주로 새벽 6시부터 일하는 오전 근무를 하거나 1시부터 일하는 오후 근무를 한다. 말이 새벽 6시부터 일을 한다는 것이지 넓고 큰 공항에 도착해서 락커룸을 찾아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하고 업무 준비를 하려면 5시 30분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뚜벅이인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린다. 주변은 고요하고 깜깜하다. 알람이 울린 직후에는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로 일어나기 싫지만 일어나서 세수만 하면 정신이 돌아오고 새벽의 고요함을 즐길 준비가 된다. 모두가 잠들어있는 시간에 혼자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출근 준비를 해서 거리로 나온다.
새벽 출근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놀랐던 점은 새벽 4시 30분에도 거리에 깨있는 사람이 항상 있다는 거였다. 이제껏 나에게 새벽 4시는 밤 잠을 설칠 때 핸드폰에 표시되는 숫자로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파트 몇몇 집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쿠팡이나 마켓 컬리 같은 새벽 배송을 하러 오신 기사님도 계신다. 상점가로 걸어 나가면 역시나 식재료들을 배달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환경미화원도 계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역까지 데려다 주실 버스 기사님도 계신다는 사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처음에는 일찍 일어나서 새벽부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뭔가 모르게 익숙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징징거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제는 나도 새벽에 출근하는 삶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탄 공항철도 안에서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거나, 공항에 도착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 말이다.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하는 탓에 보지 못하던 풍경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감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