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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이 불안한 육아맘

by 곰아빠

일반적인 엄마들과 제가 다른게 하나 있어요.

보통 육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보니 가끔은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외출하고 싶고 그렇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가 않아요.

남편도 저에게 주말에라도 본인이 혼자 아기 볼테니까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든 친구들을 만나든 하라고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아이와 떨어지면 마음이 편치 않고 남편과 아이만 함께 시간을 보낼꺼면 차라리 셋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게 좋아요.

가끔 남편이 아이 데리고 도서관 다녀오면서 산책도 갔다올게 쉬어 그러면 차라리 같이 나가자고 하거든요. 남편은 제가 참 특이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더 마음 편하고 좋아요.

친구들도 몇달에 한번 보면 그냥 그걸로 만족이에요.

혹시 제가 아이나 가정에 집착을 하는걸까요?

혹시 저도 모르게 육아 우울증 같은게 있는걸까 걱정이 됩니다.




그 감정은 결코 이상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에요. 오히려 굉장히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성애의 한 모습일 수 있어요. 요즘 육아 문화에서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건 어떤 보편적인 권장사항이지, 모든 엄마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의무적인 감정’은 아니거든요.


누구나 사랑을 표현하고 충전하는 방식이 달라요. 어떤 엄마는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재정비가 되고, 어떤 엄마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큰 안정과 기쁨을 줍니다. 사연자분은 후자의 성향을 가진 거예요.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쉬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우리 같이 보내면 더 좋을텐데”라고 느끼는 것도, 아이와 떨어지면 불안하거나 허전한 것도,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이건 집착이 아니라 강한 애착과 감정 연결이에요.


걱정하시는 것처럼 ‘육아 우울증’은 대체로 감정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주 울컥하거나 짜증이 나고, 수면이나 식사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는 등의 특징이 있어요. 반대로 사연자분은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남편과도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외로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스러워서 그런 거잖아요. 이런 모습은 우울증이라기보다 지금 내 삶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고, 내 방식대로 행복을 잘 누리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단, 하나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면 아이와 너무 밀착된 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아이가 점점 독립을 시도할 때 엄마가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아이가 자라면서 또래관계나 새로운 환경에 관심을 갖고, 혼자 놀거나 친구와 노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때 지금 느끼는 충만함이 갑작스레 공허함으로 바뀔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이와 가까이 있는 시간이 좋더라도, 가끔은 “나 자신만의 감정과 정체성”도 살짝살짝 돌아보는 습관을 들여두는 건 좋습니다. 지금 꼭 혼자 외출하라는 뜻이 아니라, 내 마음속 중심을 나에게도 조금 나눠주는 연습이랄까요.


지금의 모습은 집착도 아니고 우울증도 아니며, 본인만의 애착 방식이자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에요. 다만 앞으로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길 거리감에 자신이 너무 낯설지 않도록, 조금씩 ‘나 자신’과도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야말로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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