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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n 22. 2021

해님이 올 거야

작은 동화





엄마.

해님도 아직 안 들어 왔는데

왜 불을 안 켰어?







응?

해님?



응.

해님 말이야.

해님이 안 와서 거실이 어둡잖아.

불 켤까?







아니 아니.

해님이 들어올 수 있게 불은 꺼두자.

조금 어두워야 해님이 집으로 들어올 수 있거든.



응. 엄마.

근데 해님 어디쯤 왔대?







저기 해님.

노오란 해님.

보여?



응응.

거의 다 왔네.









여섯 살 딸아이는 가끔 시로 말을 해요.

오늘 아침에 그 시인이 저에게 말하기를.



엄마.

해님도 아직 안 들어 왔는데

왜 불을 안 켜고 있어?



그러더라고요. 순간, 



해님? 

햇님도 아닌 해님?

그 해님이 와? 

우리 집에 올 거야?



하고 어리둥절해졌습니다.



'해님'이라는 고운 단어에

'온다'라는 말을 붙여 말하는 꼬마 시인.

이 예쁜 시를 아무렇지 않게,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로 묻는 꼬마 시인.



이 작은 동화는 오늘 아침의

그 꼬마 시인에게 보내는 저의 답시입니다.

시로 묻는 아이에게 저도 시로 대답하고 싶었거든요.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에

어둑한 거실에 앉아 

노오란 해님이 오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이렇게 작은 시와 작은 동화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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