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화
엄마.
해님도 아직 안 들어 왔는데
왜 불을 안 켰어?
응?
해님?
응.
해님 말이야.
해님이 안 와서 거실이 어둡잖아.
불 켤까?
아니 아니.
해님이 들어올 수 있게 불은 꺼두자.
조금 어두워야 해님이 집으로 들어올 수 있거든.
응. 엄마.
근데 해님 어디쯤 왔대?
저기 해님.
노오란 해님.
보여?
응응.
거의 다 왔네.
여섯 살 딸아이는 가끔 시로 말을 해요.
오늘 아침에 그 시인이 저에게 말하기를.
엄마.
해님도 아직 안 들어 왔는데
왜 불을 안 켜고 있어?
그러더라고요. 순간,
해님?
햇님도 아닌 해님?
그 해님이 와?
우리 집에 올 거야?
하고 어리둥절해졌습니다.
'해님'이라는 고운 단어에
'온다'라는 말을 붙여 말하는 꼬마 시인.
이 예쁜 시를 아무렇지 않게,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로 묻는 꼬마 시인.
이 작은 동화는 오늘 아침의
그 꼬마 시인에게 보내는 저의 답시입니다.
시로 묻는 아이에게 저도 시로 대답하고 싶었거든요.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에
어둑한 거실에 앉아
노오란 해님이 오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이렇게 작은 시와 작은 동화를 지었습니다.